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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Feb 26. 2023

다시는 소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현재 자신의 상태론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에 호기롭게 도전할 때가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도전한 경험 자체로도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지만, 너무나 처참하게 끝나버려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당신에게도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도전하기 전 최소한의 대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지난주 평일엔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은 설레기도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다음날 아침부터 몸 여기저기가 부서질 듯 아팠고, 조금만 몸을 일으켜도 머리가 핑 돌았다. 무엇을 먹어도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몸상태는 최악이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문제가 뭐였을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 바로 '현재 생활패턴과 식습관'이었다. 2월 초부터 꽤나 철저하게 지켜온 새벽 조깅과 식단 덕분에 몸상태는 관리를 하기 전에 비해 훨씬 나아져 있었다. 확연히 들어간 아랫배, 피부 상태를 보아도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몇 주 동안 저칼로리에다 위에 부담이 적은 식사를 매일같이 하던 중, 갑자기 먹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 몇 주 동안 금주를 하다가 안 그래도 잘 받지 않는 소주를 빈 속에 마셨으니, 몸이 멀쩡할리가 없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끙끙 앓다가, 저녁이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기어가다시피 움직여 방 여기저기에 흩어진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속을 풀기 위해 음식을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렇게 건강과 돈, 시간까지 무엇 하나 챙기지 못한 하루가 속절없이 흘러갔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한 번쯤 이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처럼 술을 진탕 먹고 고생했던 기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시도했다가 뒤늦게 후회한 적' 말이다. 무언가를 저지른 뒤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자책하거나, 너무나 부끄럽고 민망해서 다음날 그 장소 또는 그 사람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갔던 적이.



현재 가진 정보를 토대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뒤, 모든 불확실한 상황을 피해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나타난 결과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동시에,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험의 축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좀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쌓인 데이터들을 통해, 우리는 예상할 수 없는 미래로부터 우리 자신을 조금 더 지킬 수 있게 된다.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해서 실패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축적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가장 큰 장점은,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많이 가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해외에 가서 여권을 잃어버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침착하고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는 명확할 것이다. 심지어 여행을 많이 간 사람이 그동안 한 번도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큰 실수를 하게 되면, 사람의 사고와 시야는 평소보다 극단적으로 좁아지게 된다.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방면에 걸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상태에서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그렇기에 당황하며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많이 도전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선, 그것이 꽤나 어렵게 보인다. 바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과정보단 결과를 훨씬 더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건 어찌 보면 매우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꺼이 도전해보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도하라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무언가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갖춘 후에, '더 잘하려' 하기보다는 '일단 해보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좀 더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괜찮은 시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전에 나이와 성별의 제한은 없다. 하지만 '제한'이 없을 뿐, '제약'은 존재한다. 이 말을 조금 더 정확히 풀어보자면 '결과와 상관없이 좀 더 무언가를 즐기고 잘 해낼 가능성이 높은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어리고 체력이 좋을수록 넘어지더라도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선 그만큼의 도전을 해야 하며,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할 수 있을 때 해봐야 한다.






여전히 자신이 무언가를 실수할까 두려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물론 당신의 실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눈치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당신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압박을 주거나 부담스럽게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당신을 걱정하는 상대 또한 지금까지 수많은 실수를 통한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잘하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하기 전 너무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통해 당신 또한 전보다 성장했을 테니까 말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걱정이라면, 그건 또 다른 문제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과 생각했을 때 괜찮다고 느끼는 것을 하는 것. 무엇을 선택하든 그 선택의 결과는 당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힘들다고 말하면서 매번 비슷한 상황에서 전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당신이 그렇게 힘들지 한다는 것과 같다. 인간은 단순하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힘들다고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의 의지로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달라지겠다'는 말만 해봤자, 현실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말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 또한 당신에게 달려 있다. 어떤 것이든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는 건 매 순간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될 것이다.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곧 그 길을 즐기며 걷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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