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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01. 2023

사람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더라


"넌 어떤 사람이 좋아?" 30대가 되고 나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비슷하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결이 비슷한 사람,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첫인상 또는 첫 만남이 별로였다면, 시간이 지나 실제로 그런 사람이란 걸 알게 되어도 쉽게 호감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첫인상이 괜찮다면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본인도 모르게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 또는 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이틀 전 저녁, 11시가 넘어서야 글 한 편을 적고 잠에 들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상단에 브런치 앱 알림이 떠 있었다.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나 보네'라고 생각한 뒤 한참이 지나 확인을 해보고 나서야 깜짝 놀랐다. '조회수가 4,000?'



썼던 글이 약 1시간 단위로 조회수가 1,000씩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며, 기쁜 마음보다는 의아함이 앞섰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나 조회수가 올라간 것일까. 유입 경로를 보니 아마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된 것 같았다. 다음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내가 쓴 글의 제목이 보였다. 이후로도 조회수는 꾸준히 증가해 7,000을 넘기고 있었다.



열심히 쓴 글이 잊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사실에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끝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에 솔깃해 들어왔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까지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결국 한 편의 글을 적었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최근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책을 낸 지 무려 10년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미국의 아버지와 관련된 기사였다. 변호사라는 일을 하고 자녀들을 키우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작가라는 꿈을 가진 채 틈틈이 글을 써서 책을 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수년이 지나도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의 딸이 틱톡에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 그가 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한 짧은 홍보 영상을 찍어 올렸다. 운이 좋게도 그 영상의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 결과로 그는 며칠 사이에 무명작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음지에 묻혀 아무도 모른 채 사라질뻔한 책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브런치만 둘러봐도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신 작가분의 구독자가 많지 않은 경우가 아주 많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비슷한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처럼, 비단 글뿐만 아니라 드러내진 않지만 숨겨진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주, 아주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대할 때 제법 시간을 오래 들여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쁘게만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 자신이 한 말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지. 받은 것에 고마워하고 보답할 줄 아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내면만이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이 진리야'라고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 결국 아무리 좋은 글, 좋은 사람이라 해도 상대가 그것을 알아볼 수 있게 어느 정도는 드러내야, 그 진가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기 때문이다. 만약 딸이 자신의 아버지가 쓴 책에 대한 영상을 찍지 않았다면, 과연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글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있다. 나를 포함해 우리는 모두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또 다른 이에겐 별로인 사람이 되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이 성립하려면 "타인에게 스스로를 어필하거나 드러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현재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보여주어야, 상대 또한 자신의 기준에서 나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글',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란, 하나의 특징으로 귀결되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호감을 얻기 위해선 '자신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선 본인부터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며,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매우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것은 경험이 쌓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어색하거나 힘들어도 새로운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전보다 좀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낯을 가린다는 이유로 자신을 꽁꽁 싸맨 채 아무에게도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에게 선뜻 마음을 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비칠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자신이 아무리 좋은 의미로 행동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좋게 보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있어 나는 '별로인 사람'이 된다. 내가 하는 언행은 나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에게 달려있다. '드러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이 어떻게 보일지'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일단 적어보라.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퍼뜨려보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백날 고민해 봤자 그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일단 글을 적기 시작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고 조금씩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다 보면, 당신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글'을 적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는 여정. 그것이 진정으로 글을 쓰는 기쁨이자, 당신과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가 아닐까.



< 조회수 10,000을 넘겼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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