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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19. 2023

사흘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벌어진 일


당신은 하루의 모든 순간에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진 채 살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 눈을 뜬 후부터 잠에 들기 전까지 무언가를 계속하곤 한다. 성향에 따라 무엇을 할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지만, 예외 없이 누구나 적용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언젠간 반드시 그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자제력을 갖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삶"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지난달에 비해 회사 일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퇴근 후에 지쳐 널브러지는 일 또한 훨씬 줄어들었다. 신기한 건 오히려 에너지가 남아돌수록, 게으름을 피우는 횟수 또한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창 정신없이 바쁠 땐 청소나 설거지를 이틀 이상 미룬 적이 없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미루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요즘 들어 청소든 설거지든 바로 하지 않는 날이 조금씩 잦아지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주말을 맞아 청소와 빨래를 하려고 했지만,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순간 귀찮음이 한 번에 밀려들었다. '일단 글부터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어찌어찌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지만, 글 쓸 주제만 1시간이 넘도록 고민하다 결국 청소도, 글쓰기도 하지 못한 채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아직 하루가 한참 남았다는 생각에 들었다. '어제는 출근도 했고, 오후엔 사람들도 만났으니 주말 중에 하루쯤은 나도 쉬는 시간이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눈이 뜬 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틀 연속 6시간도 자지 못해서인지 꽤 많이 잠을 잤음에도 피로가 쉬이 가시질 않는 듯했다. 오히려 처음 눈을 떴을 때보다 더욱 몸이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은 바깥의 날씨가 좋음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막 따뜻한 이불에서 벗어난 내 몸은 '얼른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가길' 원하고 있었다. 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침대로 가 다시 이불을 덮었다. 그렇게 포근하고 아늑할 수가 없었다. "이게 행복이지" 기분 좋은 한숨이 깊게 나올 정도로 최고였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유튜브를 보고, 그러다 다시 잠에 들기를 반복하다 문득 무언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가 달라졌지'라고 생각을 해보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한층 옅어진 것이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기엔 해야 할 것들이 꽤나 있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휴식의 달콤함을 취해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을 마주하자, 귀찮음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빨래통에 쌓여 있는 옷가지들. 택배 안 내용물만 빼놓은 채로 입을 벌린 채 놓인 텅 빈 박스. 싱크대에 놓인 숟가락과 젓가락. 살짝 물때가 낀 화장실 구석구석.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을 때와는 다른 의미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을 것들이다.



그때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샤워를 한 뒤 청소기로 구석구석 먼지들을 빨아들였다. 택배 박스를 정리해 이미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와 집 앞 분리수거함에 내려놓았다. 세탁기에 옷가지들을 넣고 작동시킨 후, 설거지를 하고 뒤이어 화장실 청소를 했다. 쉬지 않고 움직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식사를 마치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어둔 뒤에 커피 한 잔을 사서 들어와 이제야 글을 쓰고 있다.






설거지, 빨래, 방 청소. 매번 느끼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제때 하지 않으면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돼버리곤 한다. 매일 신경 써서 하더라도 크게 티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루 이틀 미뤄 두다 보면 '언제 저만큼 쌓여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저분해 보인다. 하루 5분에서 10분 정도만 시간을 들이면 간단히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게 그렇게나 귀찮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 대해 알아갈 때도, 사소한 말과 행동들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주곤 한다. 의식적인 배려와 예의는 조금만 신경을 써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사소한 것들을 보며 그 사람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린다.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스스로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 상대에게 맞춰 자신의 가치관을 계속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 모두에게 친절하고 착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청소나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을 제때 하지 않아도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루나 이틀쯤은 귀찮아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자꾸 미뤄두고 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나 자신이다. 결국 우리가 청소나 설거지를 오랫동안 미루지 않고 해야 하는 건,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라고 다를까. 결국 우리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에 대해 온전히 품어줄 수 없다. 그것은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건 가능하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겪는 힘든 일들을 바로 말하거나 티 내지 않고, 어느 정도 그러한 상황이 지나가거나 해결된 상태에서 가볍게 말하는 편이다. 위로나 공감은 힘들고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으니까 말이다.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여기서 말하는 '끝까지'란 평생을 의미한다기보단, '내게 어떤 상황이 쳐도'라는 게 좀 더 정확할 것이다. 타인에게 건네는 공감과 위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눈앞에 있는 상대방이 힘들어 보여 짠한 마음에 공감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 또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조차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처음부터 해주지 않는 것과, 해주다가 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서운함은 차원이 다르다. 순간의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이유로 그것을 꾸준히 할 자신도,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정을 주는 게 오히려 상대에게 못할 짓이 아닐까.






성숙한 사람,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선 자제력을 길러야 한다. 자제력에는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자제력의 진정한 의미란,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그 이후를 생각하는 힘"이다. '이것을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에 내가 더 힘들지 않을까', '이걸 지금 해주면 지금은 상대방이 좋아하겠지만, 다음에 내가 이걸 못하게 된다면 서운함이 더 커지는 건 아닐까' 진정으로 누군가를 아끼면, 현재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이후까지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지금 하지 않는다면 다음이 없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현재가 미래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긴 힘들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에 나름의 비중을 두고 살아간다. 어떤 방식이든 옳고 그름은 없지만, 적어도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서로에게 편할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 또한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참고 살아가다 보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과, 자제력이 부족해 매번 현재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자신이 남들에 비해 무엇이든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사용할 수 있는 패는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훨씬 여유롭게 대처가 가능하며, 그것은 곧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힘들겠지만 때로는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참고 기다린 만큼 분명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를 나 또한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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