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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13. 2023

갓생, 정말로 원해서 사는 거 맞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대세였는데, 요즘은 '갓생'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갓(God)과 생(生)이 합쳐진 이 단어는,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조금만 찾아봐도 이러한 컨셉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갓생을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오늘은 "갓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 하나를 보았다. '보여주기식 인생'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갓생'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사람. 틈틈이 브이로그 영상을 촬영하고 유튜브를 하는 사람. 퇴근 후 모임에 참석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 바쁘게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영상 속 주인공은 자신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상 후반부엔 열심히 사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자극받은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와 안 하던 운동을 하며 자신 또한 달라지고픈 의지를 보인다. SNS에 업로드한 자신의 운동 사진에, 응원과 칭찬이 담긴 댓글들을 보며 뿌듯해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의 게시글을 보며 이내 그 기쁨이 사라짐을 느낀다. '비교를 통해 부풀어 오른 우월감은 나보다 앞서 있는 듯한 다른 누군가의 자랑에, 금방 사그라든다', '나는 나름대로 내 삶을 살고 있는 건데 왜 이렇게 불안해지지?'라는 내레이션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영상 속 주인공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음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그런 기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갓생'을 살기 위해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곤 한다. 미라클모닝, 새벽 운동, 점심시간을 활용한 자기 계발, 퇴근 후 운동이나 모임활동, 자기 전까지 공부 등등.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이유야 어찌 됐든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꾸준히 한다는 건 칭찬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고 나서 그만두는 데까지 시간이 굉장히 짧고, 그러한 일들이 자꾸만 반복된다면 이것을 정말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초반에만 하고자 하는 의욕이 활활 타오르다가, 막상 그것을 몇 번 하다 보니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또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을 과연 '부지런한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건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굳이 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괜한 눈치가 보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말이다.



나는 '욜로'든 '갓생'이든, 이러한 말들로 인해 멀쩡한 사람들의 마음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욜로'가 유행할 때도 그랬다.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즐기고 가야지!"라며 아주 좋은 숙소에서의 하룻밤, 해외의 멋진 휴양지에 놀러 가 즐기는 모습 등을 각종 SNS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부럽다고 느낀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주말 동안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것을 선호하거나, 만났을 때 편한 사람들 몇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 그런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욜로'라는 가치관이 제대로 된 힐링으로 느껴질 수 있냐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해봤다가, 진만 잔뜩 빠진 채로 널브러질 가능성이 되려 높아 보인다.






'갓생'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지 또는 욕구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건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나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이유로, 정작 자신에게 필요 없는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게 진정한 갓생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자신이 그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본인조차 모른 채, 그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혼자 뿌듯해하는 것. 차라리 그럴 바엔 퇴근 후에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게 훨씬 더 본인에게 이득이지 않을까.



결국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공허함과 허무함 때문에 쓸데없이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더 큰 공허함이 우리를 덮치게 된다. 열심히 번 돈을 쓰는데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무언가에 투자하는데도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상상해 보라. 현재 자신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음에도 단지 남들이 열심히 산다는 이유로, 괜히 불안함을 느껴 자신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애먼 데 쓴다는 게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출근 전이나 퇴근 후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갓생'이 아니다. 바디프로필을 찍고, 일주일에 만원으로 버틴다고 해서 그것이 '갓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왜 당신이 그것을 하는가'이다. 가뜩이나 회사 일이 바빠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도, '갓생'을 산답시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되려 건강이 악화된다면 그게 무슨 '갓생'이고, 그게 무슨 자기 관리냐는 말이다. 바디프로필을 찍자마자 원래대로, 아니 원래보다 훨씬 더 몸무게가 늘어난다면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며 운동할 필요가 있을까. 평소 모습대로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수정만 하면 훨씬 간편한데 말이다.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라. 당신이 '왜' 현재의 루틴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 운동을 하고, 무엇을 이루기 위해 '그' 공부를 하고 있으며, 무슨 이유로 '그' 사람들을 만나는가. 누군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대답이 나온다면 상관없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자신이 그것을 지속해야 할 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에 무뎌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말이다. 남이사 못생기든, 뚱뚱하든, 옷을 못 입든 그게 중요한가? 나 또는 누군가가 어떤 형태로 보이든 결국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달라지고 싶다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라. "나 요즘 운동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몇십, 몇 백 번을 말한들, 전보다 날씬해진 모습을 보여주면 끝 아니겠는가?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 또는 공허함 대신,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우리 모두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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