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덤벙거리거나 실수가 잦은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유독 의연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반대로 아무리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곧잘 이겨내는 사람이, 특정한 상황을 마주한 순간 마치 어린아이처럼 겁에 질려 덜덜 떨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만약 평소보다 강해지는 순간과 약해지는 순간이 똑같은 이유에서 발현된다면 어떨까. 오늘은 "사람이 가장 강해질 때와 약해지는 순간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놀이기구를 잘 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해산물을 잘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는 건, 그 사람이 평소 겁이 많고 적음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공포영화는 잘 못 보지만 정작 몇십 미터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는 잘만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을 꾸준히 해서 멋진 몸을 만들었음에도 작은 애벌레에 기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꼭 '겁이 많다'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두려움을 느끼는 행위 자체가 겁이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긴 뒤 그것을 반복하는데 크게 힘들지 않다면 겁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할지 말 지'보다는, '그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가 겁이 많고 적음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한 번도 혼자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사람은 자신이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또는 그것이 자신에게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떠한 계기로 혼자서 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 결과 혼자만의 여행이 꽤 괜찮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후에도 그가 자신의 의지로 종종 혼자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면, 그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데 겁이 없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겁이 많다는 것과 반드시 연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경험을 쌓았음에도, 매번 그것을 하기 전 걱정을 한다면 어떨까. 사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겁을 먹는 행위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알아간다는 것. 전보다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자신 또한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해박한 지식을 쌓고, 타인의 조언을 구하더라도 인간관계에서 100%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에선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정반대의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 제아무리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조차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 그러한 행동들로 인해 좋았던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행동들로 인해 오히려 전보다 훨씬 가까워지기도 한다는 것. 비슷한 상황에서도 상대와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에, 우리는 매번 사람들을 만날 때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우는 조금 극단적인 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러한 사람을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다만 내가 스스로를 극단적이라 말한 이유는, 그것만이 충족되면 다른 부분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이것저것 따지거나 재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상대의 외모나 직업, 학벌 등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갔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득과 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 또한 인간관계에서 득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내게 있어 '득실'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편이다.
현재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게 존재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 중 일정 부분을 매일 투자하고 있다는 것.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고, 그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부드럽게 말해주는 것. 타인의 배려에 대해 감사할 줄 알고 자신 또한 보답할 줄 안다는 것. 가지지 못한 것을 보며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가진 것에 감사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 편안한 마음으로 '진정한 나'를 드러낼 수 있음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만나더라도 그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 나름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관계에 대한 노력'과 '자신만의 매력' 2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관계에 대한 노력'에 대해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일단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엔 굳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학교'라는 공간이 있었기에,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부터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그러한 공간에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만 한다. 그런 것 없이 막연히 "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라는 건 하늘에서 알아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인 '자신만의 매력'은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관계에 대한 노력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으며 당신 또한 그들의 시선에서 '알고 지내고 싶은 사람'으로 비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중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 또한 당신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들이 '왜' 다른 사람들보다 당신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그러한 답이 확실하게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라. 외모, 체형, 직업, 정신적인 성숙함, 목소리, 배려 등등 타인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는 사람은, 어딜 가든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사랑받는 사람들은 잘 살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자신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과거에 그런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했을 때, 점점 힘들어졌던 적이 있었다. 나와는 달리 외향적이고 매우 활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어서, 만날 때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 사람도, 나도 서로가 가지지 못한 부분에 끌렸지만, 너무나 달랐기에 결국 서서히 멀어지고 말았다.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익숙하지 않았던 이 사실이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었다. 쉽게 마음을 열진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조절하는 것이 힘들었기에, 마음을 연 사람과 관계가 멀어진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서 이제는 그러한 사실을 예전보다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 예전보다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더욱 힘을 얻기도 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반대로 누군가와 멀어지는 과정을 통해 한없이 약해지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형용하기 어려운 아련한 감정들이 불현듯 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영향을 받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훨씬 강해지는 동시에, 한없이 여린 존재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들,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단순히 좋을 때만 좋은 것이 아닌, 한쪽이 기분이 좋지 않거나 서로가 힘든 시기임에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나는 그것이야말로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그 관계에 대한 초연함을 가지는 태도. 흔히 하는 말로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떠난 후엔 뒤돌아보지 않는 것'. 떠난 사람에게 미련을 가지는 사람일수록 이것과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이유삼아 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번엔 상처받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득실만을 좇다가, 그 사람들이 떠나간 뒤에야 후회하고 미련을 두는 것. 과거에 받은 상처를 이유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면 영원히 과거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충분히 뒤를 돌아보았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어 당신이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