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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10. 2023

'적당히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


책임 없는 쾌락. 스스로의 행동에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에 그저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삶을 즐기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선 당장 내 앞에 놓인 행복에서 거리를 둬야만 할 때가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은 "충동적으로 사는 삶의 위험성"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에 큰 비중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욜로(YOLO)'라는 트렌드뿐만 아니라, 각종 SNS나 유튜브를 봐도 멋진 휴양지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과 영상들이 즐비하다. 나 또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모토를 갖고 있기에 즐거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해야 할 것까지 외면하며 눈앞의 행복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야 할 것이란, 자신의 일상이 문제없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뜻한다. 기본적인 건강 관리, 안정적인 경제력, 주변 인간관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녁부터 해가 뜰 때까지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앓아누웠다가, 다음날 또다시 술을 마시는 일이 반복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한 달에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한 달 생활비가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거나, 가족이나 연인에겐 냉담하지만 밖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들.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무언가를 즐기는 데도 정도라는 게 존재한다. 사람마다 어느 정도까지 대상을 즐기는가엔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도 일상이 무너질 만큼 그것을 즐기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언가를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을 '매 순간 원할 때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1년 365일 떡볶이만 먹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과연 떡볶이를 먹을 때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낄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렇게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처음보다 떡볶이에 대한 간절함이 덜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혼자일 땐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막상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의견 차이가 발생하거나 다투는 일이 잦아지면, '차라리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취업준비 중일 땐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입사를 하고 나서 한 달만 지나도 '내가 여길 왜 들어왔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다가도 그것을 갖게 되거나, 자신이 원할 때 그것을 큰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되면 처음 그것을 마주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기도 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때도 있으며, 심하면 그것을 외면한 채 또 다른 것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것이 취미든, 업무든, 사람이 든 간에 익숙해질수록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일상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물론 하루 중 더 많은 시간을 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쏟거나, 분명히 다른 것도 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그 대상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건 추후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즐길 때 무의식적으로 그 대상에게 막연한 보상심리를 가지게 된다. 일상에 치여 모처럼 시간을 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 전 '얼마나 즐거울까'라는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연애를 쉬었던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혼자일 때보단 즐겁겠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 직전에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사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잠시 후 자신의 것이 될 물건을 상상하며 '드디어 이 순간이 오는구나'라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결과나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때, 사람은 당연히 실망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간절함과 대상에 대한 기대와 비례해, 돌아오는 공허함과 허무함 또한 커진다.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평소 일상에 얼마나 신경을 쓰며 살았느냐에 따라 힘듦을 이겨내고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은 달라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으면서도 평소와 비슷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좋아하는 것에 실망하거나 그것을 떠나보낸 후에도 보다 빠르게 일상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것을 하는 동시에, 기존에 하던 것들까지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건 그만큼의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그들이 새로운 것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일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하면서도 원래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단순하고 명확하다. 자신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이와 같은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이러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사람 또는 현재 진행 중인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자신 또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도 필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순간의 충동을 제어하는 '절제의 태도'에 달려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하루 만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라. 순간의 분노로 인해 타인의 생명이 사라지기도 하고, 순간의 쾌락을 참지 못해 자신 또는 타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기도 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은 게 아니다. 결국 그런 말과 생각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기 위한 자기 방어에 지나지 않는다. 찰나라고 하기에도 짧은 그 순간 때문에 몇 십 년을 후회하며 살아가기보다,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낄지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우리 모두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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