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사람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관심사가 비슷하지도 않고, 연락이 먼저 오는 것도 아니며, 만났을 때 그다지 즐겁지도 않다. 그러나 특정한 집단에 함께 속해있거나, 생각이 나지 않을 때쯤 한 번은 얼굴을 보게 되면서 관계의 유효기간이 다시 한번 연장되는 그런 기분. 당신이라면 이런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가. 오늘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관계는 상호작용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즉, 누군가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는 절대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또는 상대가 아무리 연락을 잘하고 만날 때마다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을 주더라도, 그것을 받는 사람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면 언젠간 그 관계는 끝날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더 주면서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엔 상호작용에 실패해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나보단 걔가 더 아쉽겠지. 난 그만큼 노력했으니 후회하진 않아"그러나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노력한 만큼 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나도 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선 크게 후회를 하진 않는 편인데, 생각해 보면 사람을 대할 때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설사 준 것보다 받은 것이 훨씬 적었더라도, 상대를 좋아하면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상대도 그런 내 행동에 익숙해져 받기만 할 때 대부분 관계가 끊어지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차피 난 할 만큼 다 했어. 더군다나 걔가 훨씬 더 내게 많이 받아왔으니 이렇게 된 상황이 나보단 걔가 더 아쉬울 거야'라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왜 나보다 그 사람이 관계에서 더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아쉬워한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 오히려 더 받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덜하진 않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졌다. '만약 정말로 내가 아쉽지 않다면, 그 사람이 아쉬워하든 말든 이제는 아무 상관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이 아쉬워하는 유무를 떠올리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나 또한 관계가 끊어진 것에 대해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다는 것 아닐까'
정말 그랬다. 아무런 미련이 없다면, 상대에 대해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한 번이라도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기에 아예 떠올리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미련을 두고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상대 또한 내 예상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받은 만큼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것 또한 내 생각일 뿐이었다. 오히려 나 외에도 무언가를 더욱 줄 수 있는 사람이 상대의 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나와의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그다지 아쉬움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불편한 감정을 들게 만드는 사람을 하나 떠나보냈다며 후련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다른 현재의 결론은, "받은 게 많았다고 해서 반드시 후회하지도, 주기만 했다고 꼭 후련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미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는 끝났다는 것, 그 사건을 통해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매번 주기만 하다가 관계가 안 좋게 끝나면, 상대를 욕하고 원망하는 동시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과도 주로 받기만 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가진 걸 퍼주면서도 후회하기도 하고, 받기만 하면서도 떠나간 사람에 대해 미련이 없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관계를 추억하는 방법엔 차이가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나간 사람을 그리는 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추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 관계에서 배우는 것이 끝이라면, 다음에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끝나게 될 것이다. 전과 같은 문제에 봉착해, 비슷한 방식으로 다투고, 비슷한 이유로 상대를 떠나보낸다면 그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니 현재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해 불안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해야 하는 건 현재 관계들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떠나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그 사람과 자신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누구를 만나든 전보다는 성숙하고 발전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현재 자신이 누리는 행복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다, 그것을 놓치면 후회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오히려 반대로 행동해 보라. 지금을 마음껏 즐기고, 흘러간 과거를 회상하며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 말이다. 곁에 있는 연인과 친구에게 전전긍긍해 봤자, 사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솔직하게 해 보라.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그 또한 의미가 있을까 말이다. 그러한 용기 있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당신의 다가올 행복의 크기를 결정짓는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