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루는 주제이다. 결국 마지막에 선함은 승리하고, 악은 처벌받는다는 것.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맞는 말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편으론 의아한 기분이 들 것이다. '정말 악은 처벌받는 것일까?'라고.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많은 이들은 올바르게 살라고, 선하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선한 삶을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최근 중소기획사의 사장과 아이돌 사이의 분쟁이 많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엔 각자의 입장에 대해 들어봐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한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추세이다. 심지어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저렇게 선한 사람이 아직도 존재하는가'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기획사 사장과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그의 심성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말들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겠지만, 살아오며 조금씩 누적된 삶의 순간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반대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쉽게 누군가를 평가 내리고 정의하려 한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말이다. "쟤는 별로네." "얘는 참 괜찮아." "난 정말 착해."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들로 짧은 시간에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듯이 결론을 내린다. 또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이 누군가를 향해 내리는 잣대에 별생각 없이 동의하거나 공감하곤 한다.
누군가에 대해 쉽게 평가를 내린다는 건, 다시 말해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잘해줄 땐 좋게 말하다가도 조금만 태도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지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헐뜯는 태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상대를 기존처럼 생각하고 바라보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선 이러한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특정한 현상을 바라볼 때 대다수의 여론에 휩쓸려 아무 생각 없이 동조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아졌다. A와 B가 다툰 후에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A가 B의 욕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다녔대!" 그러자 비등비등하던 사람들의 의견이 한순간 A의 비난 쪽으로 확 쏠리기 시작한다. "쟤 예전부터 그럴 줄 알았어." "나도 예전에 A가 내 욕을 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이런 와중 또다시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A가 B를 욕한 이유는 사실 B가 먼저 A의 욕을 해서라는데?" 그러자 다시 B의 쪽으로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거봐. B도 잘한 거 하나 없다니까?" "그럼 그렇지. A가 누굴 욕할 사람은 아니었어."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내가 물어보니까 A랑 B는 싸운 적 없다던데?" 그러자 웅성웅성거리던 목소리들은 점차 작아져만 갔다. '사실 자기도 그들이 싸우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둥', 'A와 B가 다툰 게 아니라 사귄 거 아니냐는 둥', '자신은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는 둥' 저마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조용해져만 갔다.
요즘 올바르게 사는 것이 힘든 이유는 단 하나다.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속에서, 자신의 주관을 오롯이 유지하는 게 무척이나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했든 간에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눈밖에 벗어나는 순간,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해석돼버리고 그것이 곧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가 몇 천만 원을 기부하더라도 사실 그 사람의 자산이 몇 십억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누군가는 그를 '자린고비'에 '쪼잔한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누군가의 선행이 '잘난 척'으로 해석되는 반면, 또 다른 이의 폭행이 '정의로움'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믿는 가치를 꾸준하게 믿고 나아가는 게 가능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이유 또한 하나이다. 결국 그러한 삶이 언젠가는 당신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연예인, 정치인, 유튜버 등 한때 누구보다 찬란했고 빛났던 그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는지를 떠올려보라. 환하게 미소 지으며 좋은 목소리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던 그들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짓들을 저질러 결국 무너졌던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착한 척하며 올바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알아서 무너져 내린다. 그것이 그들의 본심이 아니라 껍데기란 것을 그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그것을 유지하게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들인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는가.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법의 심판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삶에서 그러한 부류에 속한 사람들은 굳이 복수 같은 걸 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자멸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과 나, 우리는 그저 가야 할 길을 걸어가면 그만이다.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한 복수도, 전보다 덜 착해지겠다는 마음도, 보란 듯이 성공해야겠다는 복수심도 그때 잠시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다. 지금이야 상대에게 앙갚음을 하면 통쾌할 것 같지만, 그러한 마음조차 결국 여전히 자신이 상대에게 얽매여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건 당신이 걸어왔던 삶의 발자취, 오로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