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타인의 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듣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말들조차 그들은 '왜 그런 걸 묻냐'는 식으로 대꾸하기 일쑤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오고 가는 대화들도 그들에겐 자신의 흠을 잡아내려고 하거나, 자신을 비꼬는 행동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세상의 모든 불행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피해 그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듯하다. 오늘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밥 먹었어요?" 당신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 그 자체'에 집중하고 답을 하려고 한다. "네, 먹었어요"라던가 "아니요, 아직 못 먹었어요. 그쪽은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대화의 흐름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이 질문보다, 질문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지금이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대부분 이 시간쯤 되면 다들 밥을 먹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내가 이 시간까지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한심한 사람인 줄 아나.' 이내 그들은 별 걸 다 물어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대에게 퉁명스레 한마디를 툭 던진다. "당연히 먹었죠. 그걸 왜 물어봐요?"
아마 당신 또한 이런 뉘앙스의 말투를 자주 쓰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 내가 지금 하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마치 나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가 무엇을 질문하든 새삼스레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식으로 대꾸하기 일쑤이다.
"당연하죠", "그럼요", "정말 모르셨어요?" 이 3가지 말들은 그들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에게 건네는 질문보다, 질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자꾸만 찾으려 한다. 문제는 그런 의도가 없이 물어본다 한들, 그들은 '없는 의도조차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말투가 몸에 밴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한 편이었으며, 특정한 부분에선 그러한 예민함이 더욱 강해지는 경향을 갖고 있었다. 마치 강박처럼 말이다.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말을 툭툭 내뱉으며 자신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대놓고 드러내는 모습들을 보면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예민하다는 건 마치 칼과 같다. 다양한 재료들을 손질해 맛있는 요리를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칼처럼 예민하다는 특성 또한 어떻게 그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예민함에겐 단짝 친구가 있다. 바로 '완벽함'이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특정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예민한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 한 가지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전문가들 중 대부분은 이 2가지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예민함과 완벽함을 보다 좋은 쪽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예민한 사람이 이런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 자신의 예민한 특성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놓아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거나 상대가 움직여주지 않을 때,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그들. 똑같은 예민함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왜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예민한데도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특성이 가진 어두운 면을 계속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데 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는 자신의 단점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알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놔두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습까지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나려고만 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 중 하나는, 스스로 감정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기복이 덜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진 않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라. 그토록 안정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없는 사람이, 왜 굳이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인가.
또한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민함과 더불어 생겨나는 완벽함 때문에, 그들은 조금 실수가 잦거나 느린 사람들을 대할 때면 마치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대하듯 행동하곤 했다. 자신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선 한없이 상대를 닦달하지만, 정작 상대가 그러한 행동을 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느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내로남불의 태도'. 예민하고 타인의 말을 꼬아 듣는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꾸 말을 꼬아 듣다 보면, 자기 인생도 꼬인다' 타인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 무언가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고 살다 보면, 쓸데없는 데에 지나친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점차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가게 되고, 곁에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더 강해져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그들의 예민함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왜 '그것'이 '그렇게만' 되어야 하는가. 나는 그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자신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도대체 왜 자신의 생각대로만 되어야 하는지, 깊게 파고들어 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때로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원했던 결과에 도달한다는 것. 반드시 자신이 바라는대로만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되려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삶으로부터 멀어지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