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긴 좀 그런데, 참긴 애매해

by Quat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이 사람에겐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 걸까?' 답답하니까 빨리 말해보라고 재촉을 해놓고서 정작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그게 말이 돼?"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꽤 많은 세상에서, 당신은 어떻게 당신의 생각과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오늘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힘들 때"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솔직한 편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은 편이었다.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솔직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도 진정한 속내까진 드러내지 않았던 반면, 처음에 솔직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던 이들 중 대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확실한 선이 있었다. 사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들은 스스로 상대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나름의 선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때로 눈치 없는 상대가 그들이 그어놓은 선을 함부로 넘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에게 편한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곤 했다. 버럭 화를 내거나 차분하게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등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거리를 좀 더 두는 식으로 간접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대로 낯을 가리거나 처음엔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호응해 주는 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게도 자신만의 선이 확고했다. 다만 그들의 선은 앞서 말한 부류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처음부터 솔직한 사람들의 선은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서 생기는 반면, 서서히 마음을 여는 사람들의 선이란 '자신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에 따라 달라졌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고 느껴지면 그들의 선은 옅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상대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이내 그 선은 매우 뚜렷하고 선명해지는 것이었다. 상대가 그들의 선을 넘었을 때도 태도면에선 앞서 말한 부류와는 확연히 달랐다.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그마저도 상대가 알아채기 힘들 만큼 모호하고 불분명한 언행들이 잦았다.



그들은 상대와 다투거나 상처받는 말을 들으면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 행동하곤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그 상황이 떠나가지 않은 채, 잠이 들기 전까지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들어야만 했는지, 그 상황에서 자신은 왜 받아치지 못했는지를 자책한다. '앞으론 무조건 말을 할 거야'라고 다짐하더라도, 막상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그들은 또다시 주저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대와의 관계가 멀어질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 차라리 자신이 상처받는 걸 선택해 버리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로 가릴 수 없는 것이며, 말을 하는 사람이 입을 다물기도 하고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있다. 타고나는 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러한 본능을 억누를 상황 앞에 마주하면 사람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을 한다'라는 건, 곧 '자신을 드러낸다'와 같은 의미이다. 즉,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많이 드러낸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일까? 흔히 TMI라는 말처럼 굳이 몰라도 되는 정보들까지 떠들어대며 말하는 건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는 행동이다. 또한 스스로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라!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다.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과 매우 과묵한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을 쏟아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 것인지를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수가 지나치게 없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건 아니다. 무슨 말을 하든 "다 좋아"라고 하며, 어떤 주제에 대해 상대의 의견을 물었을 때마다 "음... 난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사람 또한 버거운 건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말을 한다는 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말을 하기보단, 상대에게 맞춰주는 사람과 과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보면 괜찮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인간은 그 어떤 사람과도 차별화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이 없다는 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결국 맞춰주기만 한다는 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상대가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글을 읽었을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로 다 좋아서 좋다고 하는 것뿐인데, 그럼 억지로 싫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이에 대해 나는 하나의 질문을 던지려 한다. "만약 다른 대상과 그것을 한다면, 당신은 흔쾌히 그것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가 좋으면 그 사람이 하는 것들 또한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은 마음을 연 상대와 언쟁을 벌이거나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하는 걸 매우 힘들어한다. 힘겹게 표현을 하더라도 '나는 널 미워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사족을 지나치게 붙여서 말하거나 아주 빙 둘러서 표현을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듣는 상대의 입장에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느낀 부정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전달될까 봐(또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너무 포장을 많이 하다 보니 정작 말의 핵심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의 표정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방금 했던 말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말을 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에 스스로 확신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말을 해야 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실상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관계는 너무나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힘들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대화가 잘 통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말을 계속해서 해보는 수밖엔 없다. 말을 잘하는 주변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 사람과 똑같이 되려는 마음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지 않으면 입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힘들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말하는 방법이나 태도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며 시행착오를 겪고, 자신만의 말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건 분명 쉽진 않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행위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안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또한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매번 맞춰주기만 하던 사람이 어쩌다 무언가를 하기 전 부정적인 의견을 냈을 때 상대가 그것을 흔쾌히 수용하는지, 화를 내는지 말이다. 그러한 반응만으로도 상대가 당신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말하긴 좀 그렇지만, 참기엔 애매한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당신의 속마음을 말했을 때 상대의 반응에 서운한 적이 많았다면, 당신 또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 당신의 생각처럼 정말로 좋은 사람인지, 당신도 표현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