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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ug 06. 2023

'소울'이 묻는다. 당신의 "불꽃"은 무엇이냐고.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이유로 하루를 살고 있느냐"라고. 우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르게 말하곤 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겐 '성공적인 결혼식을 치르기 위한 준비'라 답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매우 하찮고 시답지 않다고 들릴만한 이유가, 다른 이에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오늘은 "자마다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영화 '소울'에 대한 요약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몇 년 전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본 이 영화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최근 개봉한 '엘리멘탈'도 재미있게 봤지만 '소울'과 비교를 했을 땐,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선 내 기준 '소울'이 가장 여운 있지 않았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은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살아가는 '조 가드너'인데, 불의의 사고로 맨홀에 빠지게 되고 사후세계를 헤매다 우연히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엔 아직 태어나기 전 어린 영혼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형성하며, 삶의 목적인 이른바 "불꽃"을 찾는 장소이다. 자신만의 "불꽃"을 찾기 위해 다양한 멘토들이 어린 영혼들을 멘토링하며, "불꽃"을 찾게 되면 지구로 갈 수 있는 배지를 얻게 되고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조 가드너'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불꽃"을 찾지 못한 '22번 영혼'을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는 '22번 영혼'이 지구로 가고 싶어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조 가드너'는, 자신이 그의 불꽃을 찾아줄 테니 지구로 가는 배지를 얻게 되면 자신에게 달라는 제안을 한다. '22번 영혼' 또한 그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부분 중 하나는, 22번 영혼이 자신의 '불꽃'을 찾았던 순간이었다. 그동안 그의 멘토가 되었던 이들은 그에게 뚜렷한 삶의 목적을 찾아주는데 집중했다. 이루고자 하는 것, 간절히 원하는 것,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떠한 가치 등 하나의 확실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불꽃이 다름 아닌 '그러한 것들'이었으니까.



하지만 '22번 영혼'이 불꽃을 찾은 순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흔하게 길거리에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순간들. 선선한 가을바람, 바람에 나부껴 흩날리는 낙엽, 피자 한 입, 따르릉거리는 자전거 소리 등 항상 우리 주변에 있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그의 불꽃이었다. 그는 막연히 상상했던 지구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느꼈고, 소소한 일상 속 행복들이 그에겐 매우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반대로 '조 가드너'는 달랐다. 평생 '성공한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꿈꾸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뒤 무대에서 그토록 원했던 재즈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행복하게 공연을 마쳤지만, 공연이 끝난 뒤 그가 느꼈던 건 이유 모를 공허함과 허무감이었다. 삶의 목적이라 생각했던 것을 이뤘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는 걸 느끼며, 그는 다시 한번 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이것이 꼭 삶의 의미뿐이겠는가. 우리는 무언가를 하기 전 이미 그것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상상을 한다. 원하던 곳에 입사를 하게 된다면, 짝사랑하던 사람과 연인이 된다면, 현재 준비하는 시험에 합격한다면 그 행복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러한 행복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하겠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다를 때가 많다. 원하던 회사에 입사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제 발로 나오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사귀기만 한다면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을 거라 장담했던 사람에게 먼저 헤어지자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시험에 합격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져 계획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할 때면 우리는 많은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스스로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자책하기도 하며,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할 때도 있다. 때로는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모든 상황 그 자체를 저주하기도 하고, 그러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모든 걸 내려놓은 채 무념무상에 빠지는 순간도 있다. 후회, 자책, 공허, 슬픔, 괴로움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에 더해져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좀 더 버텨보지' '만나다 보면 또 다른 점도 보일 텐데' '그 정도는 다들 견디면서 살아가는 거야'와 같은 말들은 작아진 나를 더 작게 만들기도 한다.






'소울'의 요약 영상을 보고 나서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주방으로 가보니 어제 사둔 컵라면이 하나 있었다. 간단하게 컵라면을 하나 먹기로 하고 물을 끓인 뒤, 에어컨을 다시 틀었다. 순식간에 방 안 공기가 시원해짐을 느끼며 노트북으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은 후에 컵라면이 익길 기다렸다. 금세 익은 컵라면을 젓가락으로 한 움큼 집어 후루룩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따뜻한 국물 한 입을 머금고 면과 함께 목구멍 뒤로 넘기자 금세 몸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바깥과 달리 시원한 방, 따뜻하고 짭짤한 라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영상, 아무도 없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 모든 게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불꽃은 있기 마련이다. 또한 불꽃의 가치는 스스로가 무엇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사람에겐 당연하고 별 것 아닌 순간들이, 누군가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들로 여겨지는 것이다.



요즘 들어 많은 SNS에서 '동기부여', '열정', '자기 계발'과 같은 키워드들이 있는 글들이 더욱 자주 보인다. 성공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며, 끊임없이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삶만이 오직' 정답'인 것처럼 여기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커다란 시류에 덩달아 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 있는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하는 순간'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새벽 러닝을 하고, 퇴근 후엔 자기 계발을 하는 삶은 분명 대단하지만, 나는 그런 삶만이 가치 있다고 결론 내리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것이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믿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 또한 그런 삶을 계속 살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게으르고 실패한 삶은 아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는데도 똑같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데 자신보다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 타인을 보며 괜히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단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모르면서 무작정 걸어가던 중, '이 길이 아니네'라며 되돌아가는 것이 훨씬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차라리 그럴 바엔 원하던 길로 간 후에 되돌아가는 게 후회도, 아쉬움도 덜할 것이다. 당신이 오늘 느꼈던 행복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 행복은 정말로 당신이 원하던 것인가. 우리 모두 '행복한 척'하며 살아가기보단, 정말로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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