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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ug 09. 2023

1년 반, 968, 315, 그리고 4가지


968. 별 의미 없는 숫자처럼 보이겠지만 내게 이 숫자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작년 3월부터 브런치라는 사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내 글을 구독하고 있는 분들의 숫자가 바로 968인 것이다. 딱 1년이 되던 날 733명이었던 구독자가 어느새 900명을 훌쩍 넘어, 이제는 4자리 숫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쓴 글은 오늘로써 315편이 되었으며, 오늘 나의 채널에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호칭이 달리게 되었다.



내가 기분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퇴근 후 쉬는 시간을 쪼개 글을 써왔던 게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평생 글을 쓰며 살고 싶다'라는 목표에, 아주 조금이나마 살짝 다가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처럼 글을 쓰고 있을 다른 분들에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글을 쓰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1년 반 동안 매일 글을 써오며 느낀 4가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글을 써라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가장 생기기 쉬운 착각이라고 한다면 "매일 글을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좋은 습관이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습관을 들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생각 때문에 오히려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라고 본다.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매년 1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참에 사로잡힌다. 지나간 해를 후회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무엇이 되었든 제대로 하고픈 열정이 속에서 타오른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호기롭게 다이어리를 샀다가, 몇 주 뒤엔 책장 어딘가에 놓인 채 뽀얗게 먼지를 뒤 짚어 쓴 걸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매일 똑같은 걸 하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것도 없다. 다행히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게 내겐 더욱 큰 스트레스였다. 거기다 평소에도 친한 사람들과 '사랑'이나 '일', '가족' 등에 대해 몇 시간 동안 깊게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매일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것"은 그다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그러한 행위가 내게 익숙하고 편했기에, 매일 하더라도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쓰기 전 자신이 평소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글을 쓰면,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10분도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는 장편소설을 쓸 거야"라며, 매일 1시간을 앉아 글을 쓴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고역이겠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이 긴 글을 '쓰지 못한다'라는 게 아니라, '굉장히 힘들다'는 의미이다. 스스로의 능력보다 더 큰 열정은 사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성향에 맞는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재미와 자신이 쌓은 글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것을 보다 보면, 글 쓰는 습관은 자연스레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한만큼, 성과를 기대하라


어떤 분야가 되었든 간에 가장 쉽게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요행만을 바라면서 제대로 무언가를 하지도 않은 채, 잘되기를 바라는 유형이다. 기껏해야 10편 정도의 글을 써놓고 "그동안 열심히 글을 썼는데 조회수는 왜 오르지 않는 걸까"라며 점점 글을 쓰는 횟수가 줄어들고 글 쓰는 기간 또한 길어지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물론 기울인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만큼 실력이 좋았을 수도 있고, 운이 따랐을 수도 있다. 그들 또한 자신에게 그런 성과가 나타날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라. 아주 극소수의,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왜 꼭 당신에게도 그런 요행이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운도 행동한 자에게나 나타나는 것이다. 작년에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몇 달이 지나도록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작년엔 하루에 2~3편의 글을 쓴 날도 많았는데 말이다. 매일 최소 한 편 이상의 글을 쓰는데도 미미한 조회수를 보며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글을 쓰고, 또 썼다. 그러다 우연히 썼던 글 중 몇 편이 다음 메인 홈페이지나, 카카오뷰 '브런치 에세이' 채널에 소개되면서 구독자와 조회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명이었던 구독자가 20명이 되고, 50명이 되더니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달성했다. 조회수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생각해 보라. 만약 당신이 서점에 가더라도 유명 작가 책과 무명작가의 책이 나란히 있다면, 당신 또한 유명 작가가 쓴 책에 먼저 손이 갈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물론 그와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러한 사람들이 100명 중에서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성과라는 건 스스로나 타인이 봐도 납득할만한 결과물이 일정 수 이상 쌓였을 때나 기대하는 것이다. 실력을 쌓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좋은 결과만을 바란다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하더라도 꾸준히 하기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는 하되, 베끼지는 마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처음 실력을 빠르게 향상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한 '보조 수단'에 한정될 뿐, 그것을 똑같이 베끼려고만 한다면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화제가 되는 주제라던가, 남들이 좋아할 것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건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내 스타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결과는 천지차이다. 제목을 짓는 법부터 문단을 나누는 방법,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나열하는 방식 등 지루하고 뻔한 주제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색을 가진 작가가 쓴 글을 보면 읽고 싶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반대로 아무리 참신하고 새로운 주제로 글을 써도 뻔한 방식으로 글을 쓰면, 당연히 사람들은 '뒤로 가기'를 누른다. '구독'을 누르지 않는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많이 글을 써보는 게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글만 많이 쓴다고 해서 이런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조금씩의 변화를 계속해서 주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비로소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일시적인 성과만을 바라보고 자극적인 주제를 선정한 뒤 어디서 보았음직한 스타일로 글을 쓰는 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매달리지 마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것'을 더 우위에 두는 편이다. 왜냐하면 잘해서 좋아한다는 건, 반대로 잘하지 못하면 그것이 싫어지게 된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성과에 연연할수록,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과, 잘하는 것을 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이다. 물론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좋아하던 것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그것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들이 그것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이와 반대로 좋아하지 않지만 무언가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을 굳이 계속해서 하려고 할까?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가짐은 행동의 지속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짬을 내 글을 쓰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서 우선순위를 매겼을 때 글쓰기가 그다지 높은 위치는 아니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만약 퇴근 후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에서 푹 쉬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억지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는 건 스스로 '고문'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까" "당장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점점 글쓰기라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의자에 앉아 글을 쓰기보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나날들이 더욱 잦아지는 것이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면, 오늘따라 유독 힘든데도 억지로 글을 쓰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어쨌든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면, 왜 당신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맨 처음 그 이유를 떠올려보라. 아마 지금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서 글을 쓴 건 절대 아닐 것이다. 좋아서 시작했다면 그 끝도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절반, 아니 3분의 1, 그것도 힘들다면 글 쓸 주제 정도만이라도 정한 후 잠자리에 들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에, 굳이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믿는 방향대로 가면 될 뿐이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럴 생각이니까 말이다. 요즘 들어 새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생각에 직접적인 주장을 펼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해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저 자기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벌컥 화를 내며 '왜 너는 그렇게 생각하냐'며 되려 자신이 옳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만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없다. 오늘 이 글도 마찬가지다. 참고를 할지, 그렇게 하지 않을지는 오로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약 1년 반 정도 매일 글을 쓰며 느낀 이러한 생각들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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