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기'보다,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했다

by Quat


관계라는 건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매우 달라진다. 똑같이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집착'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사랑해서' 헤어졌다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사랑이 식어서' 헤어졌다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려놓았다'라고 말하지만, 상대는 '포기했다'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자신이 그것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상대를 '내려놓았는가', 아니면 '포기했는가'. 오늘은 "내려놓음과 포기, 당신은 어느 쪽인가"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말이란 건 참 신비로운 것이다. 똑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어떻게 감싸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완전히 다르게 그것을 해석하곤 한다. 오늘 얘기할 '내려놓음'과 '포기' 또한 그렇다.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저마다 다르게 말을 한다.



예컨대 '연락'이라는 부분에서 서로가 원하는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보자. 각자가 자신의 친구를 만나 이에 대해 말을 할 때,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쩌겠어. 그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텐데 나도 어느 정도는 내려놔야지." 하지만 다른 이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몰라, 난 이미 포기했어."



차이가 느껴지는가? 사실 두 사람 모두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비슷하다.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기준만큼 연락을 해주지 못함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친구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가 표현하는 문장을 읽었을 때, 우리는 말하는 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엔 말하고자 하는 이가 관계에 있어 좀 더 노력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반면, 후자의 경우엔 '나도 모르겠다'라는 식의 자포자기한 심정이 엿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전자는 "내려놓았고", 후자는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려놓는다는 것'과 '포기한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채 끝에 도달할 때까지 서서히 힘을 빼는 과정을 말한다. 만약 당신이 무거운 돌을 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은 그 돌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두 손바닥으로 돌의 아랫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상태에서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허리와 무릎을 굽힐 것이다. 어느 정도 허리가 굽혀져 돌과 땅바닥이 가까워지면, 당신은 돌과 바닥 사이에 손이 끼이지 않도록 서서히 손을 옆으로 빼기 시작한다. 마침내 돌과 바닥이 처음으로 닿은 순간, 당신은 그제야 팔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게 된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마치 무거운 돌을 내려놓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히 내려놓기 전까지는 마음을 떠받치는 힘을 쉽게 빼지 않는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그것을 떠받치는 힘 또한 조금씩 줄여나간다. 내려놓는다는 건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연락'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엔 단순히 연락을 잘해주지 않는 상대방을 원망했다면,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의 노력이 하나둘씩 떠오르게 된다. '사실 너도 요즘 들어 일이 바빠서 연락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와중에도 짬을 내서 나한테 연락을 해줬던 거구나. 더군다나 난 상대적으로 여유로웠으니 더욱 네 연락을 기다렸던 거고. 차라리 내가 좀 더 바쁘게 지냈다면 나도, 너도 이만큼 다투지 않았을 텐데.' 상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자기반성을 느끼며 마음을 내려놓은 후엔 더 이상 연락이 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당신은 느끼게 된다. 연락은 단지 사랑을 전할 수단이었을 뿐, 그것 자체가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포기는 어떨까. 돌을 내려놓는 것과 돌을 드는 걸 포기하는 건,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미 포기를 한 순간부터 어떻게 돌을 내려놓든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아무렇게나 돌을 던져버린 후, 당신의 머릿속엔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난 왜 이 돌을 들고 있었던 걸까' '아무도 나한테 왜 돌을 내려놔도 된다고 말하지 않은 거지?' 온갖 후회와 자책, 원망이 뒤섞여 힘들었던 지난날을 자꾸만 곱씹게 만드는 것이다.



포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과거에 자꾸만 머무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끔 지난날을 떠올리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그러나 포기가 잦은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은, 상처를 받는 게 두려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속마음과 다르게 가시 돋친 말을 상대에게 뱉거나, 해보고 싶은 걸 도전하지 않고 뒤돌아서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제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때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그때 그냥 눈 딱 감고 해 볼걸 그랬나?'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인 채 현재 또한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다 보니, 자꾸만 과거에 후회가 쌓여가는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받는 충격 또한 그리 크지 않다. 또한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에 익숙해지면, 좀 더 빨리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마음을 떠받치는 힘'에도 근육이 붙는다. 마음이 아프지 않게 빠르게 내려놓을 수 있고, 반대로 내려놓았던 마음을 빠르게 다시 올릴 수도 있다.



반대로 마음을 포기하면, 마음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정작 마음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건 자신인데, 그것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기 쉬워진다. 물론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대할수록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건, 하루빨리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서서히 힘을 빼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마음을 집어던진 뒤 "다 정리했어"라고 말한들, 자신의 마음만 아플 뿐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일수록, 당신에게 영향을 줄 순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을 얼마만큼 받을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는 순전히 당신의 몫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을 뿐이지, 상대의 마음까지 모두 안고 이해한다는 건 매우 벅찬 일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음 모두를 당신에게 이해하라고 떠넘기지는 않을 거란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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