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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ug 31. 2023

부탁인데, 말 좀 끊지 말아 줄래요?


바야흐로 '이성적인 척하는 감성'이 흘러넘치고 있다. 자신의 감정에 근거를 두고 펼치는 논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기보단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자신에게 자증과 화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당연한 듯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적들과 매일 싸우다 지치는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확증 편향'이라는 용어를 아는가? 흔히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확증 편향'이라 칭한다. 이 용어의 사전적인 정의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이다. 그리고 요즘, 이러한 확증 편향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사실 이런 성향은 어느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살아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타인을 볼 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과거 그러한 행동을 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그 사람과 겹쳐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고, 그 사람과 그다지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 이뿐이겠는가. 브로콜리를 극도로 혐오하면서도, 하루에 커피를 3잔 이상 마시는 것에 대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자기 합리화를 내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정말 부지런하네'라고 생각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다들 쉬는데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왜 저래'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이처럼 누구나 확증 편향을 갖고 살아간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뿌리를 둔 채,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그 결정을 내리는 건 자신이기에 주관성은 필연적으로 판단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특정한 무언가에 가지는 호감도에 따라, 우리는 똑같은 행동임에도 조금씩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자신이 현재 확증 편향에 빠진 상태인지를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짜 좋아하니까 한 번은 참아준다'라던가 '어쨌든 잘하긴 했는데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분명 타인의 언행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걸 아는데도 참고 넘어가기도 하고, 칭찬해주고 싶은데도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순간이 다들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확증 편향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분명히 상대가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면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잘한 일에도 '이번엔 좀 신경 썼나 보지'라며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지만, "XX 씨, 대단하네요"라며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무언가를 강렬하게 믿을수록, 우리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한 목표가 현재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을 때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다며 손가락질을 해댄 소수의 사람들이, 현재 세상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떠올려보라. 이렇듯 강한 믿음은 때로 수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능케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믿음을 갖기 전과 후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각각 한 가지씩 있다. 먼저 어떤 믿음을 갖기 전 생각해야 할 것이란, 내가 믿는 믿음의 방향이 "올바른 방향"인지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것을 이룬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렇게만 문장을 끝맺으면 그 사람은 강인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멋진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목표가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면? 은행을 털어 '막대한 돈을 훔치는 것'이었다면?



다소 예시를 극단적으로 들긴 했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어딘가 비뚤어진 믿음을 매우 강하게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자신이 사귄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라거나,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해서 "사람은 믿는 게 아니야"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좋지 못한 점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자신 쪽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공감해 주는 척 다가가,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속에 잘못된 믿음의 씨앗을 뿌린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처럼 부정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적들을 만들어 맹렬히 싸우곤 한다.






어떠한 믿음이 형성된 후에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그러한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 얼마나 합당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느냐이다. 모든 사람이 대화가 잘 통하고, 솔직하며, 다정한 면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들 중 정말로 그런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를 떠올려보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좋은 사람은 정말로 적어서 만나기가 어려워요" 물론 그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주 적긴 하지만, 중요한 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 소수라는 이유를 들며, 자신이 원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곁에 두며 살아간다. 좋은 사람이 적다는 사실이,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적은 것과 반드시 일맥상통하진 않는다.



결국 현재 내 곁에 마땅히 좋은 사람이라 느껴지는 사람이 없다는 건, 내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비슷한 성향끼리 어울리게 된다. 정말로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 또한 내가 바라던 면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오래된 친구와 만나더라도 정작 그 친구의 눈치를 본다면, 과연 그 친구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연애를 한다며 아무리 SNS에 자랑을 해도, 속에 있는 말을 삼켜야 할 때가 많다면 그것을 정말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걸까.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합당한 행동들을 하지 않는다면, 믿음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예의 바른 사람이 좋다고 말하면서, 상대방이 답답하다며 말을 자르고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는 사람. 속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하면서, 상대방의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사람.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면을 가진 사람에게는 한없이 작아지고 매달리는 사람. 아마 당신 또한 이런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거나, 당신도 그랬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입버릇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만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진 않는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든, 재테크를 하든, 자신의 사업을 하든 경제적인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다.  '연애 감정이 없다'라고 말한 사람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불타는 연애를 한다. '돈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엔 수십 만 원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잠을 줄인다. 부족한 게 있다면 쓸모없는 것들을 줄이면 되고, 모자란 게 있다면 채워나가면 될 뿐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믿음을 갖고, 그것에 걸맞은 행동을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지언정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복잡하게 바라볼수록 너무나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단순한 것이 삶이라는 걸 당신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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