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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Sep 10. 2023

'나의 좋고 싫음'으로 무언가를 평가하려 하진 마세요


좋은 것과 싫어하는 것. 우리는 크게 이 두 가지의 기준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판단하려 든다. 떡볶이는 좋아하지만, 피자는 싫어할 수 있다. 똑같은 생선이라도 고등어는 좋아하는데, 갈치는 싫어할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에겐 저마다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취향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타고나면서 가진 개인의 선호가 작용할 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생긴 사건 등을 통해 생겨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한 무언가를 '쓸모없는 것', '필요 없는 것'이라며 존재 가치 자체를 절하시킨다면 어떨까. 오늘은 "취향과 좋고 나쁨의 차이"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한 유튜버의 리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유튜버는 어떤 식당에 방문한 뒤, 그 식당의 음식들에 대해 전체적인 리뷰를 해주는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다. 내가 본 영상에선 꽤 유명한 식당의 음식들을 먹고 나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내가 주목했던 건 리뷰의 내용이라기보단 총평에 담긴 내용이었다. 유튜버는 자신이 방문한 식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이 식당에 대해 물어본다면 무조건 추천하겠다"라고 말이다. 이어서 그는 말했다. "만약 조리된 음식들이 오버쿡이 되었거나 온도감이 맞지 않았다면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지 않았겠지만, 조리 상태나 맛의 밸런스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자신 있게 이곳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이 유튜버는 음식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논리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친구가 "네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괜찮은 회사야?"라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목적' 때문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입에서 나올 말은 뻔할 것이다. 연봉이 괜찮은 중견기업 이상이라면 "일은 재미없는데 돈은 많이 주니까 다니는 거지"라고 할 것이며, 자신의 기준에서 낮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기 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나도 빨리 때려치우고 싶어"와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이번에는 이 논리를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어떨까. 누군가 당신에게 A라는 사람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당신이 A와 성향이 잘 맞는 편이라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A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반대로 당신과 A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탓에 사이가 좋지 않다면, 당신은 A를 그렇게까지 좋게 얘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기준에서 연봉이 낮다는 이유로 회사를 깎아내리거나, 자신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험담한다는 것.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실수를 별생각 없이 저지르곤 한다. 물론 나 또한 이런 실수를 아예 한 적이 없다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이란, 내가 평가하는 '그것(그 사람)'의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나의 취향만을 기준으로 그것(그 사람)의 옳고 그름 자체를 평가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들의 가치를 어떻게 온전히 파악할 수 있냐고 말이다. 앞서 말한 논리라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무언가를 평가해야만 그것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무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과,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해 보자. A는 말한다. "여름이요? 상상만 해도 싫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잖아요. 그래서 여름이 오면 전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어요." 똑같은 질문에 B는 답한다. "여름은 덥고 습하죠. 저는 더운 것보단 시원한 걸 더 좋아해서 여름보단 가을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원래 여름이라는 계절이 그런 거니까요."



같은 질문을 던졌음에도 대답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A는 여름에 대해 '자신의 취향'을 기준 삼아 평가를 내렸고, B는 여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둘의 가장 큰 차이라면 A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진 기본적인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말했다는 것이고, B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동시에 여름이 어떤 계절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그 사람)이 가진 특성과 개성은 싸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취향에만 근거해 평가하듯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과 대화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든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은 자신의 취향을 절대적인 기준이라 생각하고 쉽게 굽힐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를 수 있다'는 근본적인 전제가 없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10분만 지나도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비슷하면서도 모두가 조금씩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취향이 섞인 채 무언가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이나 행동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가 없는 사람과 무언가를 같이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만이 '정답'이라 생각하기에,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대할 땐 무시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횟수가 많아질 것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오랫동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모든 것이 자신과 잘 맞아떨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불편함이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이 닥치면 당연히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선 화가 나거나 짜증이 솟구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한번 떠올려보라. 평소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잘 갖추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과 정반대의 상황에서 상대가 자존심을 세우기보단,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당신과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인지를 말이다. 만약 상대가 그러한 점들을 충분히 당신에게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 또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식당의 메뉴가 자신의 입맛과 맞지 않다고 해서, 그 식당 자체를 별로라고 할 순 없다. 주문한 메뉴를 빠른 시간 내에 간을 맞춰 잘 조리 후 서빙까지 잘 되었음에도, '맛이 없다'라고 평한다면 그건 식당의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제멋대로 평가한 것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있고, 해야 할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취향이나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그를 '별로인 사람'이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민함을 근거로 자신의 일, 주변 사람, 세상을 비난한다면, 그 사람이 비난한 모든 것들이 서서히 그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모든 것엔 바로잡기 쉬운 시가기 존재한다. 현재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더라도, 그것을 하루빨리 인식해서 정정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만큼 하지 않아도 될 잘못을 멈출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잘못된 걸 알아도, 그것을 바로잡기보단 '이제 와서 어떻게 하겠어'라며 방치해두곤 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행복해 '보이는'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삶,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되, 자신의 단점들은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면 현재 사회의 혐오와 이유 없는 불편함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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