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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Sep 18. 2023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은 "이것"이 다르다


"어떤 관계든 마지막에 남는 건 오직 하나, 진심뿐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가는 구절이다. 아무리 첫인상이 좋아도 결국 진심이 아닌 행동은 언젠간 탄로 나기 마련이다. 그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상대에게 느껴진다. 수십 번 사랑한다 말한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말은 공허하게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다. 단 한 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말은 사람을 강하게 울린다. 적어도 나는 그러한 순간을 숱하게 목격하고, 경험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한 하고 있다. 오늘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진심'이란 말을 쉽게 내뱉는다. "난 널 진심으로 사랑해" "진심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왜 내 진심을 몰라줘?" 나 또한 이런 말을 쉽게 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 갈망하는 그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것이 진심이라 생각했던 적이.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토록 나 스스로 진심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왜 이루지 못했는지 말이다. 나의 열정과 그것을 향한 마음에 상응하는 행동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상대가, 내가 원하는 것들을 향해 마음만 열심히 들이부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정말로 그것을 갖기 위해 올바르게 행하고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그것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취해있었던 적도 있었다.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면 그것이 진심이라고 믿는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왜 절반만 맞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자신의 진심이 어떤 사람에게 향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진심이 향하는 대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말이 있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라고. 그런데 이에 대해 누군가는 말한다. "열 번이나 찍힌 나무는 무슨 죄냐!" 그렇다. 아무리 누군갈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도 상대가 원치 않으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스토킹을 사랑이 아니라 강력한 범죄라고 일컫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나의 진심을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진심이 소중하고 순수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상대에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진심이 담긴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소유욕'이라 할 수 있다.



정말로 상대에 대한 감정이 진심이라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때가 있다. 많은 이들이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아야 그것이 진실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놓아주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니다. '손뼉 칠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사랑도 이와 같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해 봤던 사람은, 놓을 때를 알고 그것을 행할 줄 안다. 서로가 더 아프기 전,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간직한 채 먼저 놓을 줄 아는 사람의 품격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의 진심이 누구에게 향하는지와 더불어, 그것을 '어떻게' 행하는지도 중요하다. 진심이라는 말로 자신의 욕구와 야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게 다 널 위한 거야'란 말을 근거로 자신이 원하는 걸 교묘히 얻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로 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바로 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정말로 타인을 속이기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이 자신을 어떤 생각을 갖고 대하는지를 의외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사람의 눈빛, 말투, 몸짓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에 대한 상대의 속내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가스라이팅을 당해본 사람들은 거기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인데, 정작 그러한 행동들을 직접적으로 당하는 상대는 왜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결론은 단순하다.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 또한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비뚤어진 진심으로 인해 상대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 따라 예외는 있겠지만 정말로 상대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적어도 당신이 자신으로 인해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다면 스스로를 어느 정도 굽히려 할 것이다.






진심이라는 말만큼 달콤한 동시에 무서운 독이 어디 있을까. 서로의 마음이 이어진 상태에서의 진심은 로맨틱하고 아름답겠지만, 일방적인 진심은 그것을 받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진심이라는 말로 상대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은 지독히 잔인하고 소름 끼치는 행동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신의 진심과 타인의 진심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는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상대에게 '진심'인지 굳이 어필하려 들지 않았었다. 구태여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진심이 담겨있으며, 상대를 위한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묵묵히 해주는 편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지 따위를 떠들어대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한만큼 상대에게 돌려받길 원하거나 상대가 자신을 봐주지 않으면 불같이 화내기 일쑤였다.



진심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진심이란 그런 것이다. 무엇인가 변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변했다고 느끼게 된다. 물론 어림짐작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은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얼마나 진심인지 떠들지 않아도 그것에 진심임을 알 수 있는 아우라를. 당신은 어떠한가. 진심을 말로만 표현하는 사람인가,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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