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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Sep 22. 2023

스스로를 믿되, 과신하지 않는 것


생각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 무언가를 썩 잘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대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단, 지나친 긍정은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족, 친구, 연인 관계에서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것을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과연 '잘한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오늘은 "스스로를 믿되, 과신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능력치가 고르게 분포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즉, 한쪽으로 능력이 매우 발달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들이 낮은 사람보다는, 능력치가 다소 낮더라도 고루 분포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모든 것을 '적당히' 잘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무얼 하든 '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론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적당히"의 중요성은 공감하는 편이다. 특히나 자기 자신에 대해 '적당한 긍정'을 갖고 살아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적당한 긍정'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것은 '적당하지 않은 긍정'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적당하지 않은 긍정엔 2가지가 있다. 바로 '지나친 자기 긍정'과 '자기부정'이다. 지나친 자기 긍정은 과신, 오만, 타인에 대한 무시, 이기주의 등과 직결된다. 또한 자기부정은 자신감 부족, 예민함, 패배주의, 의지박약으로 이어진다.



이래나 저래나 적당한 자기 긍정이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 적절히 긍정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스스로 '적당한 긍정'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2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1. 긍정하는 근거가 명확한가(남들이 듣고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인지)


무엇을 하든 '왜?'라는 건 중요하다. 이유를 모른 채 무언가를 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그것을 '알고 있다'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자신을 긍정할 순 있지만, 긍정하는 뚜렷한 근거 없이 마냥 좋게만 생각한다면 그러한 긍정에 스스로가 의문을 품게 될 때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설명을 했을 때도 빠르게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할수록,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라는 막연한 근거를 내세워 스스로를 긍정한다고 한들, 그러한 긍정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긍정이 아닌, 정말로 '나'를 긍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만들면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러한 긍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이 자신의 긍정을 부정할 때도, 자신과 타인 모두를 납득하게 할 만큼 자신이 긍정적인 이유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면 그러한 부정을 쉽게 떨쳐내거나 무시할 수 있게 된다. 막연히 긍정적이란 건,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왜 그렇게 긍정적이냐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속까지 긍정적인 사람인 것이다.  





2. 타인의 실수에도 긍정하는 편인가('내 탓'과 '남 탓'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도 돈을 잘 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돈을 쓰곤 했다.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무언가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쓴다는 건 그저 착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자신이 돈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을 안다고 한들 그 사람이 타인에게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 사람 옆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돈뿐만 아니라 긍정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자신에게만 긍정적이고 타인에겐 부정적이라면 그 사람이 과연 긍정적인 사람일까.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잘하는 것'엔 차이가 있다. 또한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스스로 무언가를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나머지 여유분을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베풀곤 한다. 긍정 또한 그렇다.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자기 긍정을 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그러한 긍정을 타인에게도 적용한다. 하지만 자신을 긍정하기에도 여유가 부족하다면, 당연히 타인을 대할 때 어느 순간 예민해지거나 날카롭게 대할 것이다. 적당한 긍정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기준과 다른 이들을 대할 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것을 긍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즉,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대하거나, 타인의 실수에 대해서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믿되, 과신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적당히'라는 게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순되는 2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게 계속해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하나만 잘하는 건 쉽다. 단지 거기에만 에너지를 쏟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또 다른 하나가 추가되었을 때, 그 둘을 잘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우리가 모든 게 적당한 사람, 평범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그와 반대되는 것 또한 전과 마찬가지로 해낸다는 게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맛있는 건 먹으면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적절히 휴식을 취하는 것. 상황과 사람에 따라 어떨 때는 힘을 빼고 어떤 순간엔 힘을 줘야만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바로 '적당히 잘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적당히 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삶을 살고 있거나,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적당히 모든 걸 잘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들, 힘겹게 중심을 잡는 당신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다면 중심을 잡는데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갈 건 뻔하다.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로, 당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과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서운함을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의 일상을 휘젓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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