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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14. 2023

로망이 많다는 건, 결국 그것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


당신은 평소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가? 아니면 '이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편인가? 사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는 동시에, 부족한 면 또한 통감하며 살아간다. 타인에겐 있고, 자신에겐 없는 면을 보며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건 인간으로서 가지는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한 열등감과 질투는 때로는 자극이 되며, 그로 인해 우리는 전보다 더욱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힘듦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건강한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상'을 자신의 삶 속에 너무 많이 가지고 사는 걸 과연 좋다고만 볼 수 있을까? 오늘은 "진정한 행복과 꿈꾸던 이상의 반비례"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우리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며 현실에 저항하고 견디는 행동을 취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특정 동료나 상사와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상상을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리게 될 것이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해서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한다거나, 부서를 옮겨서 그 사람과 마주칠 일 자체를 없애고 싶다거나, 아예 퇴사를 해버리는 등 말이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과 잦은 말다툼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앞서 말했던 상황보다 훨씬 머리가 복잡해진다. 회사야 돈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거나 정 안되면 퇴사를 해버린다고 해도, 사랑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 말이다. 주변 사람들 연애에 대해선 이상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 중, 정작 본인이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이 했던 말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라!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런저런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상대가(또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상대방이) 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라던가, '좀 더 만나다 보면 지금보단 괜찮아지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차라리 빨리 헤어지는 게 나은 걸까'와 같은 상상들 말이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숱한 상상들 중 하나가 실제로 현실에서 이뤄져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이도저도 아닌 채로 시간만 흘러가기도 하며, 때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위대하다. 몸은 힘들지라도 머릿속으론 눈부신 미래를 그리며 살다 보면, 언젠간 그러한 미래가 정말 현실로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장 난 냉동 창고에 갇힌 사람이 '나는 조만간 얼어 죽을 거야'라는 상상만으로 동사를 했다거나, 병에 걸린 사람에게 단순한 영양제를 '치료제'라고 속여 처방하자 증상이 확연히 호전되는 사례 등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상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곤 한다.



나 또한 힘들었던 시절에 다가올 미래를 최대한 좋게 상상하며 그 시간을 버틴 적이 꽤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말로 전보다 삶이 평온해지고 나은 일상을 보낸 경험이 쌓이자,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땐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결국 이 시간도 과거에 내가 겪었던 것처럼 흘러가겠지. 당시엔 그렇게나 힘들었던 감정들이 이젠 잘 생각나지도 않는 것처럼, 지금 또한 언젠간 그렇게 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상상을 최대한 멈추고 최대한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한결 괜찮아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2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상상만 해서는 안된다'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상상은 하되, 반드시 이뤄질 거라 믿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전제인 '상상만 해서는 안된다'에 대해 말해보자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긍정적인 상상만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제대로 운동도 하지 않고서 '멋지고 예쁜 몸'을 갇길 원하거나, 지출은 유지하면서 '돈을 모으고 싶다'라고 하거나, 퇴근 후 집에서 쉬고만 있으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들 말이다.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하기보다 그저 움직이면 될 뿐이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효율성'에 집착하며 기본적인 노력조차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빨리 살 빼는 방법", "빨리 돈 모으는 방법",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 등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최대한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은 하면서, 정작 그 방법을 '실천하는 데'는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평소보다 식사량을 줄이고 밖에 나가서 30분이라도 달리면 된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매일 마시던 커피를 줄이는 등 지출을 줄이거나, 부업을 하며 수입을 늘리면 될 뿐이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당연히 알 수 있는 것들은 외면한 채, '그것을 빨리 얻는 방법'을 안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더라도, 그것조차 귀찮아할 게 뻔한데 말이다.






긍정적인 상상을 하기 전 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전제는, '상상은 하되, 그것이 반드시 이뤄질 거란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실망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대 또는 자신이 노력을 기울인 무언가가, 기대처럼 행동하지 않았거나 생각만큼 좋은 성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러한 기대 속에 숨겨진 착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기대를 해서 실망했다"가 아니라, "기대한 만큼 원하는 대로 이뤄질 거라 믿어서 실망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해보자. 당신은 혹여나 상대가 기다릴까 봐 10분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당신은 상대에게 한 가지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몇 번이나 10분 일찍 도착했단 걸 알았으면 상대도 5분 정도는 빨리 와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상대는 당신의 기대처럼 약속 시간에 일찍 나오지 않았고, 당신은 상대에게 실망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10분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한 건 오로지 당신의 의지였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에 대한 기대가 '이뤄질 거라' 혼자서 속으로 믿고 있었다. 결국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당신은 혼자서 토라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한 행동으로 인해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것을 상대에게 말도 해주지 않은 채 '내가 이렇게 했으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 상대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상대에 대해 일방적인 배려를 한 뒤, 상대 또한 자신에게 그와 같은 배려를 해주길 바라는 건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라 할 수 없다. 나는 단순히 상대를 위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말로 좋은 사람은 상대를 위해서 행동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를 기대하지 않고 행동한다. 즉,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지만 그 행동에 담긴 의미가 '상대를 위한 것'이며 그로 인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상상만 하며 행동하지는 않거나, 자신이 그린 이상적인 상상의 대가를 당연시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현재 그 부분에 있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내가 다음 이직할 회사는 지금보다 연봉이 훨씬 더 높았으면 좋겠어'란 상상 뒤엔, 현재 자신이 받는 연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다음에 만날 사람은 훨씬 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란 상상 뒤엔, 현재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못한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즉, 당신이 일상 속에서 숱한 이상을 그리며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이고 좋은 상상만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긍정적이라 치부하는 건 일종의 정신승리일 수 있다. 정말로 일상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현재를 즐기기도 바쁘다. 한마디로 그러한 이상을 그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 당신은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몇 번이나 되는가. 온전히 그 상황 자체에서 충만함을 느끼는가. 그러한 순간들이 많을수록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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