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Oct 22. 2023

AI는 AI일뿐, 진짜 '내가(I)'가 아니라구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동시에, 자신의 이상형을 꿋꿋이 추구하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고 하면서도, 타인의 눈에 멋지고 예뻐 보이기를 추구하는 것. 요즘 들어 '진짜 나'와 '만들어진 나'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에게 좋은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다. 당신은 어떤 쪽에서 보다 긴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오늘은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최근 흥미로운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고객들 중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AI 사진을 '진짜 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영상이었다. 성형 전 AI로 만들어진 사진을 정말로 본인이라고 생각하다가, 성형 후 거울을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자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동사무소에 방문한 민원인들 중 30% 정도가 신분증 사진을 AI 사진으로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만들어진 나'를 '진짜 본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공감, 자존감과 관련된 책과 영상들이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고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의 방식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 사실을 왜곡하는 방향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건 흥미롭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만들어진 자신을 '나'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행동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닥친 것들 중 '좋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버스 안에서 뒷좌석에 승객에 타고 있었음에도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누워있던 승객과, 버스 기사의 대화가 담긴 영상을 당신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버스에 탄 다른 승객이 촬영한 영상 속에서는 "내 돈 내고 버스 탔는데 내가 뭘 하든 당신네들이 무슨 상관이냐"며 말하는 한 승객의 모습이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들에게 버스 기사가 다른 좌석을 안내하며 영상은 끝났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를 비난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영상을 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타인의 불편함'보다 '자신의 권리'를 훨씬 우선시하는 사람들 분명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현재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제거하는 게 1순위인 사람들 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아무리 정이 많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고통만큼 참기 힘든 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행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참기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성인이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입장 또한 고려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타인이야 불편하든 말든' 자신의 불편함 제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스스로가 자신을 왜곡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왜곡된 자신이 진짜라고 믿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것을 제멋대로 '자기 의견을 반대한다'라거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라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벌컥 화를 내거나, 아예 입을 꾹 닫아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진정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의 좋은 부분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온전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꾸만 자신을 속이며 살아봤자 당장 나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 외에는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보정을 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과 SNS 안에 있는 자신과 현실 속의 자신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것을 느낄 때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실에서 부자가 되지 못함을 이유로 SNS상에서 자신을 부자로 한껏 치켜올린다고 한들, 당신이 부자가 아니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매번 힘든 연애를 하면서도 정작 보는 눈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비슷한 사람을 만나 도돌이표 같은 시간만 보낼 뿐이다. 자신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건 좋지만, 생각만으론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되, 힘든 순간이 닥쳤을 땐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독자 1,000명'이 되어도 덤덤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