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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27. 2023

당연한 게 많아지면, 행복할 수 없어요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행복한 감정을 느낀 게 언제였지?"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요즘 들어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고 있다면, 어쩌면 당신에게 있어 '당연한 것들'이 많아졌을지 모르겠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처럼 당연한 것, 익숙한 것들은 우리에게서 '행복'이란 감정을 너무나 쉽게 빼앗아 가버린다. 오늘은 "당연한 게 많아지면 행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당연하다는 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된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당연한 것,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있을까. 더 나아가 그러한 말 속엔 생략된 속뜻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 스스로 일상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들이 마땅히 그래야 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얻는 이득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한다. 예를 들어 같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동료 한 명이 여행을 다녀온 뒤,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의 호의에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일상이 불행한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자신에게 선물을 준 상대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그러한 선물을 준 것에 자신이 한 영향이 크다고 여긴다. '여태까지 내가 그만큼 많이 도와주고 잘해줬으니까 이런 걸 또 주는구나'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기쁜 일에 그들 또한 행복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행복의 순간이 아주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이 얻는 이득들에 대해서도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자신이 한 행동이 이득을 얻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자신을 위해'라는 것보다 '내가 그동안 상대를 위해 해 왔던 것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받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한 마음을 겉으로 티 내진 않겠지만, 그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 사실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똑같이 해주는데도 '더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해준 것조차 아깝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매사 우울해 보이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의 노력이 항상 정당한 대가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그다음부터가 조금 다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정당한 대가로 돌아온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그러한 믿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은 매사에 불만이 가득하다. 믿음을 내려놓자니 억울하고, 믿음을 갖고 살아가자니 짜증과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자신이 공들인 노력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러한 믿음을 내려놓으려고 하면 '그럼 여태까지 내가 했던 건 뭔데?'라는 억울함이 샘솟는다. 그런 억울함에 또다시 원래대로 살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데 비해 성과가 나지 않을 때도 생긴다. 그러면 또다시 '남들은 안 그런데 왜 나만 항상 이러는데!'라며 열이 확 받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자신이나 때때로 마음먹은 대로 일이 안 풀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부모님의 사랑, 10년 지기 친구, 지금도 숨을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러한 것들이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하지만, 매번 그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선 훨씬 더 깊은 고마움을 드러낸다.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예상하지 못한 서비스가 나오거나,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던 중 누군가가 친절하게 당신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었을 때 보다 강렬한 자극이 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건 매우 어렵다. 만약 그게 쉽게 되는 것이었다면, 이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단순하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것. 그뿐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특별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주말 아침의 한가로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만끽하는 것. 현재 자신의 곁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만나, 그들과의 대화에 진심으로 푹 빠져서 즐기는 것. 어쩌면 행복이란 건 행복할만한 무언가를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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