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벤치', 현재는 '집'

by Quat


오랜 시간을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 거리에서 비어 있는 벤치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절로 든다. 잠시 앉아 뭉친 다리를 풀어주고,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면 그렇게나 편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통해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나서, 우리는 벤치를 뒤로 한 채 다시금 가야할 곳으로 걸어간다.



당신 이외에도 먼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벤치는 소중한 공간이다.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은 사람들에게 벤치는 앉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벤치에 앉아 지금껏 자신이 걸어온 길을 멀리서나마 되돌아볼 수도 있고, 고개를 뒤로 젖혀 이제껏 걷느라 보지 못한 푸른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좀 더 휴식이 필요한지, 아니면 다시 걸을 수 있는지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벤치는 어디까지나 '잠깐의 휴식'을 위한 용도이지, 오랜 시간을 머무르라고 만든 게 아니다. 한 마디로 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나 지친 나머지 벤치에서의 휴식이 너무나도 달콤해 계속 머무르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제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벤치는 집이 아니니까.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그것에 푹 빠져 가야할 곳으로 향하지 못한다면 벤치는 '벤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벤치를 벤치답지 않게 만든 건, 지나치게 그 곳에 머물러 있던 사람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벤치를 떠나 집으로 가야 한다. 누구나 한번쯤 머무르는 벤치가 아닌, 오롯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