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들이킬지, 한 모금을 마셨을 때 황홀함마저 느껴질지는 그야말로 '하기 나름'인 것이다.
예전에 보았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유명한 연예인들이 지하 깊숙한 탄광에서 체험을 하는 내용이었다. 뜨거운 지열에다, 탁한 공기 때문에 편하게 숨을 쉴 수도 없는 환경에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던 그들에게 종이컵 하나가 건네졌다.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 모금을 들이켠 한 명은 그것을 마시자마자 나지막한 탄성을 토해냈다. 곧이어 그것을 마신 다른 한 명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그토록 놀라워했던 건 다름 아닌 콜라였다.
지상에선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콜라 한 잔이, 지하 수십 미터에서 일하던 그들에겐 그렇게나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행복이라는 게 별 거 아니라는 말은 이와 같다. 현재 자신의 삶이, 하루가 무의미한 일상의 연속일수록 무엇을 하더라도 크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매 순간이 행복해진다. 그저 생각이 났다며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지인의 연락. 퇴근 후 즐기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식. 할 일을 모두 끝마친 뒤 이부자리에 누워 나른함을 느끼는 시간. 누군가가 보기엔 별 것 아닌 그 모든 순간들이 행복이라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렇게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의 행복을 만끽하며, 오늘도 글 한 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