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by Quat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남들보다 특출 나게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종종 예쁘냐고 묻는 너의 질문에 괜한 장난기가 들어 대답을 하지 않으려 들면, 너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도 너는 금방 기분이 풀어지곤 했다. 단지 '맑은 하늘이 아름다워서'라거나,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이 '예뻐서'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너의 순수함에, 나 또한 웃음이 터지곤 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잘해서가 아니다. 식당에서 젓가락이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건 기본이며 물을 마시다 쏟는 것도 종종 보는 실수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이나 팔찌 등 네가 깜박한 물건들을 한번 더 챙기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를 모두 합하면 10번 중 네가 9번을 담당하는 편이지만, 내가 저지른 실수 1번엔 마치 방금 새 기저귀를 찬 아이가 다시 온 얼굴을 찡그리며 힘을 주는 걸 본 부모님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자신이 없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냐고 장난스레 묻는 너. 나는 그런 너의 순수한 당당함을 좋아한다.



언젠가 너와 통화를 하던 중, 화장실이 급해 잠시 전화를 끊었던 적이 있었다. 볼일을 본 후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해놓고서는, 몇 분 사이 유튜브를 보다 그 사실을 깜박한 채 밀린 집안일을 하다 너에게 전화로 엄청나게 혼이 났던 일을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네가 그토록 화를 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네가 나에게 화를 낸 건 내가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 때문이 아니라,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 연락을 하지 않은 것 아닐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30대 중반의 다 큰 성인 남성이 볼일을 보다 어떤 일이 생겨야 연락을 하지 못하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아마 물어봤으면 더 혼났겠지만), 네가 화를 낸 이유가 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는 걸 안 이상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 너의 머릿속에 내가 화장실에서 어떤 일을 당해 연락하지 못했을까라고 상상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너를 만나기 전까진 나는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다.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주고픈 사랑을 내게 전달하기에 바빴을 뿐, 정작 내가 무얼 원하는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주고 싶은 걸 주고 나서 내가 그걸 고마워하지 않으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곤 했다.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사랑을, '사랑'이라 포장하며 억지로 내게 떠맡기지 않았다. 너는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던 걸 나에게 해주었다. 내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 그 사랑을 내게 주는 것. 너는 네가 줄 수 있는 사랑이 내가 원하는 사랑과는 많이 달라도,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려고 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나 또한 네가 원하는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