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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24. 2023

때로는 가벼움이 무거움을 이긴다


이틀 전 지인과의 대화 중 서로가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고, 다음날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회사에서도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퇴근하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으나 지난달 미용실을 예약해 두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






그곳은 밝고 쾌활한 여성 미용사 1분이 운영하는 개인 미용실이다. 올해 초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의 소개로 방문한 이후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하고 있다. 매번 방문해서 머리를 자르는 2~30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편이다. 비슷한 나이대에 대화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보니 그런 시간들이 불편하지 않고 즐겁게 느껴졌다.



도착 후 머리를 자르며 대화를 하던 중, 최근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그러자 미용사 분도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나와 비슷한 경험들을 말해주었다. 문제가 생기게 된 발단부터 각자의 입장까지 내가 겪은 일과 꽤나 흡사했다. 그분의 말을 들으며 느꼈던 건 내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이 겪은 일과 비슷한 사건을 듣는다는 게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막상 제삼자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듣고 나서 생각해 보니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결국 미용실에서 나눈 대화를 계기로, 지인과 다시 한번 대화를 하면서 서로 갖고 있던 오해를 풀고 원래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을 쉽게 구분하려 든다. 하지만 당신도 알지 않은가. 그토록 내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똑같은 실수임에도 자신이 상대에게 더 많은 감정을 쏟아서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행동들을 별생각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한 실수들을 '내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속에 묻어두기 위해 얼마나 속을 삭혀야만 했는지를 떠올려보라.



삶을 살다 보면 유난히 지치는 시기가 있다. 꾸준히 하던 무언가를 한순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큰 위로를 받곤 한다. 처음 만난 사람의 친절이나 한순간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의 손길.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아주 작은 배려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정말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가벼움이 무거움을 이긴다. 부모, 연인, 친한 친구들로도 채워지지 않던 공허함이 인생에서 처음 본 사람으로부터 가득 채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당신이 느끼는 힘듦을 견뎌내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그들이 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가벼워 보이는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훨씬 더 크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 것, 내 사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대가 없는 '가벼운 친절'을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건넬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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