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진상'이라 불리는 부류의 사람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어떤 문제든 서로의 입장 차이라는 건 존재하겠지만, 자신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한 건 처음이라 꽤 충격이었다. 결국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해선 넘어갔지만, 그분은 자신이 처음 원했던 걸 얻어가게 되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꼭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
다양한 사람을 마주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우리는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라는 사실이다. 좋은 의도를 갖고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이익을 선뜻 타인에게 양보했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과 비슷한 마음을 갖고 행동하지 않는 걸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친절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관계란 건 결코 자신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관계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나를 포함해 또 다른 사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의 호의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고 하거나 비뚤게 바라보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밥 먹었어?"라는 평범한 질문에 "응, 먹었어. 너는?" 하고 되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똑같은 질문에 "당연히 먹었지. 그걸 질문이라고 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와 같이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이 잦은 사람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성인이 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을 찾고 유지하는 것'과 '자신의 색만이 옳다는 것'을 혼동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나도 힘들지만 너도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전자라면, "네가 뭐가 힘들어. 내가 지금 제일 힘든데!"라고 말하는 게 후자 쪽의 입장이다. 나는 후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웬만하면 말을 잘 섞지 않는 편이며, 말다툼을 하더라도 그들이 옳다는 식으로 대꾸한 뒤 자리를 떠나곤 한다. 세상을 한 가지 색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아무리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대화도 말이 통해야 대화다. 나는 그저 말이 오고 가는 것을 대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대화를 하기 위해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상대의 의견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수용해 줄 줄 아는 태도를 '당사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몇 시간 동안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귀는 닫고 서로 자기주장만 펼치는 건 대화가 아니다. 잊지 말자. 바보를 이기려 드는 것만큼 힘들고 지치는 게 없다는 걸 말이다. 또 하나 잊지 말자. 자신의 주변에 바보들밖에 없다고 느낀다면, 스스로가 그 '바보'일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