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당신과 비슷한 속도로 걷지 않더라도

by Quat


나이를 한 두 살씩 먹다 보니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나란히 걷고 있는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앞에서 걸어가는 친구도 있는 반면, 저만치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친구도 있다. 각자의 속도는 다르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계발서나 동기부여 서적들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든 자존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밥 한 끼 사 먹을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나는 성공할 거야'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안다. 하지만 현재가 매우 불안정한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찬란한 미래를 상상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조건 긍정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한 가지가 있다면, 힘든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현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나마 기초적인 생존이 해결되었을 때나 가능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스스로가 너무 작게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땐 곁에 있는 친구들조차 위로가 되지 못한다. 친구들의 따뜻한 손길조차 동정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도움의 손길도, 그것을 잡을 용기가 있어야 비로소 도움으로써 빛을 발하게 된다. 나 자신이 너무나 부정적이다 보니 누군가 내 곁에 있는 것조차 거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오히려 잠시 내버려 두었다가, 조심스레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필요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불쑥 찾아오는 도움은, 되려 '강요'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따뜻함을 거부하는 결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더욱 부정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 멀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너무 아쉬워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속도로 걸어가거나, 달려간다. 현재 자신보다 뒤처진 친구가, 당신이 뒤돌아보지 않았던 사이 힘껏 달린 탓에 지쳐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정신없이 달린 뒤 천천히 걸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려는데, 불쑥 당신이 찾아와 "너 왜 이렇게 천천히 걷고 있어. 얼른 빨리 앞으로 가자"라는 식의 응원이 되려 그 친구를 지치지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현재의 속도'보다 '계속해서 걷는 것', 그 자체이다. 가끔 뒤를 돌아보았을 때 친구가 여전히 걸어오는 것이 보이기만 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것 아닐까. 반대로 나보다 훨씬 앞서 걸어가고 있는 친구가 있더라도 그 친구가 느려질 수도, 내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그렇게 벌어진 간격을 좁혀가다 보면 시간이 지나 예전처럼 다시 반갑게 인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친구라는 이유로 꼭 발을 맞춰 걸어가야 할 필요는 없다. 조금은 느리다한들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기만 한다면, 언젠가 결승선에서 다 같이 만날 날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