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 돌아왔다. 바로 '편지를 쓰는 시간' 말이다. 사실 매년 편지를 쓰는 게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친한 지인 중 한 명이 자신의 생일엔 꼭 '편지를 받고 싶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침 지인의 생일이 겨울이다 보니, 편지를 쓰다 보면 1년 동안 있었던 큼지막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곤 한다.
2~3일에 한 번씩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펜을 쥐고 종이에 글자를 써 내려가는 건, 정말이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사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펜을 쥐어보는 일 자체가 거의 드문 일이니까 말이다. 거기다 누군가를 위해 편지지를 사고, 시간을 내서 자리에 앉아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천천히 적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은 별 것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편지를 받고 감동하는 이유는, 상대가 자신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이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불편함에서 오는 뜻밖의 감동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러한 수고로움을 기꺼이 인내하려 든다. 편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편지에 담긴 말들을 입으로 전달할 수도, 메신저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당신을 위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힘겹게 편지지 한 장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결과만 놓고 보면 비효율적인 행동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을 어리석다고 평가하기보다 오히려 감사해하고 고마워한다. 상대의 불편한 수고로움이 오롯이 당신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를 향한 진심을 말로 전하기 힘들다면, 가끔은 글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소통을 위해 더 이상 펜과 종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시대야말로, 오히려 그것들을 사용했을 때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되는 것이다. 글씨를 못써서, 할 말이 없어서란 핑계는 이제 그만하자. 당신 또한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 '편지를 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느껴지는 감동과 뭉클함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