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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11. 2023

'내 맘에 쏙 드는' 괜찮은 사람 그만 찾으세요


유튜브나 SNS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뉴스를 하나만 꼽으라면, '결혼'과 '출산'에 관련된 기사들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현재 2~30대 사람들이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이 이성을 만나고픈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연애를,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크게 "2가지의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 하나는 '돈'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즉, 자신의 경제력이 넉넉지 않아서 연애를 하지 않거나, 만나기에 괜찮은 사람이 없어서라는 게 연애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경제적인 문제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건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사유였다. 20대 초반이 아닌 이상, 데이트를 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건 선뜻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내 주변에도 '연애를 쉬고 있는 괜찮은 사람'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를 쉬고 있는 사람들, 연애를 하는 사람들, 결혼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들이 말하는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사실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이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들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 많은 이들이 괜찮은 사람을 찾지만, 정작 괜찮은 사람을 만나도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연애를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고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만났을 때 편하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 유머코드가 잘 맞는 사람.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답변을 억지로 외우게 한 것처럼, 전혀 다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이 만나고 싶다고 말한 '괜찮은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힘들게 이별하고 아파했다.



이런 일들을 너무나 많이 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 안정감 있고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하기 위해선, 기존에 자신이 고수하던 연애 및 결혼에 대한 기준들을 재정립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20대와 마찬가지로 30대에도 여전히 과거에 만난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흔히 말하는 '안정된 연애'를 할 수 없다. 결혼 생각이 크지 않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연애에 대한 기준의 재정립"은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런 결론에 다다른 이유는 사실 단순했다. 정말로 그들이 세운 기준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다다르기에 적합한 기준'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결혼을 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안타깝게 결혼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정말로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렸을 적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나 연애를 했음에도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건 하나의 이유로 귀결된다. 그들이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의 기준이, 사실 '결혼까지 하기에 괜찮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그들 또한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란 걸 알아야 한다. 특히 이성을 만나기로 결심할 때 '외형적인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일수록, 그러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이유를 받아들이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머리로는 그 사람을 만나면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미 본능은 그 사람에게 끌리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저 사람을 만나면 안정감 있고 편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한 사람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 못해 괜찮은 사람을 놓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왜 내 주변엔 괜찮은 사람이 없는 걸까!"



'괜찮은 사람'은 많다. 다만 그 앞에 '내 마음에 드는'이라는 전제가 붙는 순간, 결괏값은 전혀 달라진다.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바지 하나를 사더라도 옵션에 '사이즈'만 입력하고 검색하면 수십, 수백 벌의 바지들이 나타난다. 여기에 색상, 원단, 길이, 세탁 방법 등 추가되는 옵션이 많아질수록 그에 해당하는 바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하물며 옷 하나를 사더라도 그러한데, 사람을 만날 때 따지는 게 많아질수록 당연히 그런 사람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아무나 막 만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전과는 다르게 이성을 바라보는 기준을 세워야, 하루라도 빨리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준을 세운 나 자신조차, 과거와는 다른 외모와 체형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1년 전에 만났던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지금도 만날 수 있는 거란 건 착각에 불과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만날 수 있는 이성의 폭을 좀 더 넓힐 줄 알아야, 지금 자신이 만날 수 있는 이성 중에서 괜찮은 사람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고 싶은 건, 자신 또는 상대의 마음이 가난한 상태라면 누구를 만나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상태란 "상대의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관계를 이끌어 가려는 상태"를 뜻한다.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안정될 수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누리긴 힘들다. 오히려 안정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안정까지 무너뜨리고 나서, 되려 상대의 탓을 하기 마련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 자신 또한 괜찮아지길 걸 바라기보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까지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우리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란, 그런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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