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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17. 2023

'끝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라

일 잘한다고 "사람을 막 대할 권리"는 없어


시작은 너무 좋았지만 결과가 처참하리만큼 나빴던 것과, 처음은 별로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괜찮아져 마지막엔 훨씬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짓는 것. 당신은 둘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행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이미 나의 글을 많이 읽어본 분들은 알고 있으리라. 오늘은 "끝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지난주 주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을 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리 나쁘지 않은 회사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긴 했다. 하지만 다양한 것들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결정을 내린 후 며칠 뒤에 바로 의사를 전한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회사의 입장은 '만류'였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이 나간다는 건 회사에도 손실이니까. 더군다나 올해 입사한 지 2년 차인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7~8년 회사를 다닌 과장급이 하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5월 어느 날씨 좋은 날, 하루아침에 과장이 회사를 떠났고 공석을 메꿀 사람으로 내가 결정되었다. 이제야 하던 일이 익숙해질 무렵, 불과 며칠 만에 전혀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는 건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회사 특성상 가을과 겨울이 매우 바쁜 시기다 보니, 이제 좀 쉬어보려 할 때 갑작스레 모든 게 달라졌다. 출근시간도 10분 더 당겨졌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 그렇게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동안, 기존에 일하던 부서에서도 꽤 중요한 문제들이 생겼다. 덕분에 새로운 일을 배우는 동시에, 기존 부서에 지원을 나가는 일도 잦았다. 기존에 몸담던 부서의 업무 지원, 새로운 부서에서의 업무 숙지, 퇴근 후 글쓰기,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데이트, 종종 지인들과의 약속들까지. 그렇게 약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시간이 흘러, 지금 새로운 부서에서 일한 지 7개월이 되었다. 말이 7개월이지, 제대로 실무를 보기 시작한 건 4개월 정도다. 여전히 서툰 부분들도 있고, 직장 상사의 조언도 구할 때도 있지만 대략 70% 정도의 업무들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의 도움 또한 영향이 컸지만, 스스로 부단히 노력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대표뿐만 아니라 과장 또한 지금까지 이 업무를 해온 1년 차 중 가장 일을 잘한다고 말해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이후에도 종종 나를 따로 불러내 이런저런 말들을 건네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거나,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 없는 회사 내부 사정 등을 비밀리에 말해주는 걸 보면 단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붙잡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게 나쁘지 않게 흘러갔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만약 스스로 '내가 이걸 왜 해야 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결과 또한 없었을 것이다. 업무를 숙지하는 과정에서 정말 이해되지 않은 일들도 있었으며,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와서 잘했다고 생각 드는 건, 부정적인 감정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어디에서든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만큼은 좋지 않은 감정들을 쉬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회사란,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곳에서 사적인 감정을, 그것도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서 이득이 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유독 회사에서 자신의 좋지 않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적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에 따라서 감정을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똑같은 실수라도 몇 년 동안 회사에서 일을 해온 사람의 실수와, 갓 들어온 신입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처벌할 순 없지 않은가. 실수의 크기에 따라서도 다르다. 누구라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실수를 굳이 한번 짚고 넘어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실수를 짚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좋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빈정거리듯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곤 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한다고 해서, 남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않을 거라 착각해선 안된다. 여러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업무 능력보다 태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말하지만, 실상 일을 잘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이 '심각한 문제가 터지지 않을 정도인가', 여기에 달려 있다. 즉,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서 더욱 높이 올라가고픈 열망이 강하지 않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만 업무를 할 줄 알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함께 일하는 사람의 태도에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빨리 한다는 이유로 동료 또는 상사를 무시하는 등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였다. 사실 회사에선 그런 사람에게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건 결코 그 사람의 뛰어난 업무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한 사실은 "괜히 건드려봤자 자신에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을 높이 사서가 아니라 굳이 저런 사람과 부딪혀서 얼굴 붉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걸, 그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부류의 사람을 여럿 보았고, 대부분 그들의 마지막은 좋지 않게 끝난 것을 본 후부터 단지 '일만 잘하면 된다'가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처음보단, 끝을 더욱 강렬하게 기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끝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붉히며 나쁘게 끝난 사람들이 많을수록 하등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잘한다고 으스댈 필요는 없다. 속으론 그런 생각을 할지라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무언가를 잘한다면, 굳이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못하는 사람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반대로 당신이 못하는 걸 그 사람이 잘할 가능성도 존재할 테니까 말이다. 비록 처음엔 무언가를 잘하지 못해도 그것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잘하려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을 곁에 두려고 할 것이다. 또한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시작은 행복했으나 매번 불행한 결말인 삶, 시작은 좋지 못했지만 결국엔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결과가 반복되는 삶.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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