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그만두었던 적이 있는가. 사귀기 전엔 무얼 하든 사랑스러워 보이던 사람이었지만, 사귄 후 매일 다투고 최악의 이별을 맞이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남들이 보기엔 '저 사람은 왜 저 일을 할까'라거나 '저 사람들은 서로 좋아하기는 할까'란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고 무던해서 재미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무언가를 오랫동안 하는 걸 꽤나 많이 봐왔다. 오늘은 "무언가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시작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건, 그것을 평소처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 일이 없을 때 하던 것을 계속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평소와 다른 상황일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 또는 상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갑자기 상황이 나빠져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일상 속 해야 할 것들을 계속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지할 때 느끼는 행복'보다 '첫 시작에서의 행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애초에 무엇을 하든 마음은 식을 테고 처음처럼 하지 못할 때도 있으니, '차라리 시작할 때만이라도 정말로 행복했으면'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그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민한 뒤 결정을 내린다. 물론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을 시작하든, '좋아하는 감정'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얼마나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중요하다. 나 또한 그 일을,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마음이 들어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단지 처음 시작할 때의 강렬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게 습관이 돼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 어떤 행복한 일을 찾아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한 눈을 팔기 마련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그것을 하는 동안에도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자극이 계속해서 느껴져야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좋다'라고 느끼는 기준의 틀이 매우 명확한 편이었다. 자신이 믿는 기준 외의 자극들엔, 설령 그것이 좋아 보인다고 해도 스스로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힘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제공할 수 있는 직장을 다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내가 원하는 것들만이 나를 평생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건,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익숙하고 편해서라거나, 그것들 외에 다른 행복들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틀이 잘못되었거나 수정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직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거나 '내 진가를 알아주는 회사가 없어서'라며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다른 곳에 전가해 버린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건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는 건 용기가 아닌, 노력의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노력이라고 하면 "더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신경을 쓰고, 더 사랑하고, 더욱 시간을 들이는 것만을 '노력한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힘을 들이는 것만을 노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되려 "덜 하는 것", "힘을 빼는 것" 또한 노력이라고 여긴다. 때로는 힘을 쓰는 것보다, 힘을 빼고 행동하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들은 매일 서로를 위해 크고 작은 노력들을 기울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서로에게 기울인 노력에는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덜 하는 것'도 포함된다. 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설거지까지 하는 나와 달리, 상대는 뒷정리가 미흡하다고 해보자. 나의 기준이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라고 해서, 그러한 기준에 상대가 맞춰주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 몇 번은 예쁘게 말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말을 반복하는 당신도 지칠 테고 그 말을 듣는 상대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이럴 때 힘을 빼는 연습이 필요하다. 당신 또한 굳이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설거지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청결은 좋은 습관이며, 그것을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정말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당신 또한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당신의 기준을 '낮춰보는' 연습이다. 매일 식사를 하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지금 안 하면 저렇게 또 접시가 쌓일 텐데', '시간 지나면 귀찮아서 하기 싫을 게 분명한데' 등 자꾸만 그쪽으로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때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을, 상대 또한 정반대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당신이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상대가 나서서 설거지를 해준다면 쓸데없는 말을 붙이지 말고 그저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평소엔 안 하다가 웬일이래", "진작 할 수 있었으면서 여태 왜 안 했어?"가 아닌, 깔끔하게 "고마워"라고 말이다. 그렇게 당신도 기준을 내려놓는 동시에 상대의 입장에서도 익숙하진 않지만 그로 인해 긍정적인 답변을 듣게 되다 보면, 언젠간 서로가 만족하는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계는 버릇이자 습관이다. 특정한 방식으로만 관계를 맺으면, 나중엔 본인도 모르는 사이 그것만을 '정답'이라 믿게 된다. 당신이 지금까지 무언가를 시작하는 방식과, 끝맺는 방식이 만족스러웠다면 그걸 계속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무엇을 시작하든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건 단지 상대의 잘못만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의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끝맺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옥죄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집착과 구속으로 원하는 관계를 맺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 말인즉슨,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 위해선 끊임없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집착과 구속을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더 이상 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겠는가!
무엇을 하든 그것을 별 탈 없이 유지하기 위해선 노력은 필수이다. 다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자신이 노력해야 하는지는 대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고 시작해야 한다. 애초에 크게 걸릴 게 없는 사람을 만나서 시작을 하면 들이는 수고로움 또한 적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자기 자신이 누구를 만나도 걸릴 게 많은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도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봐야 한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건, 누구를 만나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걸 뜻한다. 스스로 안정감 있는 사람이라 말하기 위해선, 자신이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스스로 안정감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