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 해가 지나가고,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설렘과 동시에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에 대해 흥분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하면서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에 두려워할 때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매우 꺼려하거나, 시도했다가도 금방 질리거나 포기하는 편이라면 이 글이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불안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항상 '나와 잘 맞는 것'들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잘 통하는 사람, 매일 반복해도 즐겁게 느껴지는 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잠깐만 보더라도 이런 류에 속한 영상과 게시글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멀리하세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과 같은 제목을 보며, 혹시 내가 별로인 사람에 속한 유형일까 봐 슬며시 확인해 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 말들이 결코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나는 그에 앞서 우리가 하나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고 믿는다. 바로 '나와 잘 맞는 사람'이나 '잘 맞는 일'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대부분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걸 누가 몰라?' 맞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계속해서 불안한 반면, 이 사실을 '받아들인 사람'은 훨씬 덜 불안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2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특정한 사실에 대해 '아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엔 딱 한 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그 사실을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을 때, 스스로 느끼는 불안 중 대부분을 감내할 수 있는가", 이것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성향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좀처럼 바뀌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다. '사랑'에 있어서만큼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분야가 있을까. 만나는 사람은 달라도 매번 비슷한 연애를 하고, 비슷한 과정을 거쳐 헤어지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 중 유독친구들과 만나 '힘들다', '헤어지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헤어지고 난 후에 "다시는 걔 꼴도 보기 싫다"라거나 "이젠 편안한 연애를 하고 싶어"라며 말해놓고, 전 연인에게 연락해서 다시 만나거나 전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힘들게 연애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라.
이들과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하나 있다. "나도 알고 있어" 그렇다. 아마 당신도 이 말을 들었거나,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또다시 끌리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기만 할 뿐, 받아들이진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진 못하는 것일까?
아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힘든 이유는 단 하나이다. "불안해지는 게 싫은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유형의 사람과 다른 사람을 만나기 힘든 건, '전보다 덜 행복할까 봐' 불안한 것이다. 철저히 알아본 곳에 투자를 하기가 망설여지는 건, '돈을 잃을까 봐' 불안한 것이다. 퇴근을 할 때면 한숨만 나오는 직장을 떠나 이직을 하지 않는 건, '이직한 곳이 여기보다 별로일까 봐' 불안한 것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힘든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느낄 불안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전과 똑같거나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불안해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만약 그런 순간들을 피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정말로 피할 수 없는 순간이라면 어떨까.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스스로 멘탈이 좋다고 말한 사람이 조금만 상황이 힘들어지면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평소 친절하게 타인을 대하던 사람이 자신이 손해 볼 것 같은 상황에서 순식간에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 너무나 많이 봐왔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라' '힘든 상황에서도 말을 예쁘게 하라'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들을 미루지 않고 해야 한다' 언뜻 봐도 우리가 모르는 말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익숙지 않은 선택을 한다는 건 불안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몇 번 경험하고, 전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직접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안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서라는 걸 말이다. 매번 무언가를 반복하고 그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숱하게 느끼며 '다음엔 다르게 행동해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에 닥쳤을 때 '내가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아직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결국 전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딱 '한 걸음'에서 온다. '굳이'라는 생각과 함께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 길을 걷는 것과 제자리에 멈춰 서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 그 한 걸음이 앞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