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약강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by Quat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똑같은 말을 해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걸 볼 수 있다. 나의 제안에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좋은 제안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최근엔 한 어르신이 전화를 받고서 내게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냐며 좀 더 크게 말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두세 번 정도 전보다 크게 말을 했더니, 어르신이 수화기 너머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이고, 음악을 틀어놨더니 잘 들리지가 않네. 잠시만 기다려봐요." 세상엔 특이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사람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쌓은 부가 월등하거나,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행동할까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20대' '계속 오르는 물가' '경기 침체' 날이 갈수록 살기 힘들어진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리고 보이는 시대다. 노력을 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현실에 직면하면, 사람은 무기력해지거나 분노한다. 굳이 둘 중 어느 쪽에 더 많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현실에 '분노하는 쪽'에 가까운 듯하다. 왜냐하면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애초에 바깥으로 나오질 않기 때문에 크게 마주칠 일이 없다. 결국 어딜 향해야 할지도 모를 분노에 가득 찬 사람들만이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은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조금 슬픈 사실은, 분노에 찬 그들조차 '상대를 봐가면서' 분노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높아 보이거나 가진 게 많아 보이는 사람들 앞에선 움츠러들면서, 정작 자신과 비슷하거나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선 누구보다 강해지는 사람들. 이른바 '강약약강'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류라고 한다면,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선을 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이걸 뭐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참고 넘어가기엔 기분이 나쁜 말과 행동들을 툭툭 던지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생겨난 피해자들 중 일부가 가해자로 돌변한다. 마치 좀비영화 같지 않은가?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어 또다시 다른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지금껏 내가 겪었던 '강약약강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힘들었던 가정환경, 바람을 피웠던 전 연인, 꿈을 포기한 채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자신도 원래 이렇지 않았다고. 다만 원치 않았던 환경과,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라고 말이다.



한때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 적도 있었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라며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자신이 원치 않은 상처를 받아 힘들었기 때문에 자신 또한 타인에게 그런 상처를 주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내가 힘드니까 남들 또한 힘들어도 괜찮다는 말. 얼마나 이기적이고 그릇된 가치관인가.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게 실망하고 지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우리가 힘들고 지치는 대다수의 이유가,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인식 때문이라고 도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본능대로는 하고 싶고, 남들의 시선은 신경이 쓰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걸 풀고 싶어도 남들의 눈치가 보여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르니,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겪었거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건, 전혀 연관성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여태 쓰레기 같은 사람들만 만나놓고 주변 친구들에게 "연애 같은 거 왜 하냐?"라던가 "결혼 같은 거 해서 뭐 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결국 제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밖엔 안된다는 말이다. 과거에 자신이 겪은 일로 힘들 순 있지만, 그것을 곁에서 위로해 주는 건 오로지 타인의 호의이자 배려인 것이지 결코 당연한 행동이 아니란 걸 말하고 싶다.



삶은 힘들다. 당신의 삶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저 힘든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인생이 힘들다는 건,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삶이 매우 힘든 건, 당신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견딜 수 있는 힘듦이 아니라 그보다 더 괴롭다면, 여태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게 필요한 순간이 닥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서 오직 단 한 명, 당신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