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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11. 2024

연인이 잘해주는 걸, 특별하게 여기지 마세요


연애를 하면서 상대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걸 스스로 크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러한 배려와 다정함이, 상황과 관계없이 얼마나 일관성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또한 스스로도 타인이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고 살진 않았는가.






주변 지인들과 연애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면 꼭 좋은 얘기들만 나오진 않는다. 다투거나 서운한 부분도 나오기 마련이다. 만나다 보면 의견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서운함을 느끼는지, 서운한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다투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들어보면 왜 그 사람과 만남을 지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생각을 말하면 그들 중 대다수는 다투거나 화가 날 때를 제외하면 자신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답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바로 이런 말들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기분이 좋을 때 갑자기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이유로, 왜 부딪히는 많은 부분들을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다투고 난 후 상대가 미안한 감정이 들어 자신에게 잘해줄 수도 있다. 잘못의 크기에 따라, 평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당신을 위해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실수를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건 분명 좋은 행동이다. 우리가 정말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건 이다음부터이다. 당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다음부턴 그러지 않을게'라고 사과하며,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함께 하는 것이 반복되는 상황들. 이것이 정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맞는 것일까.


 




비뚤어진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상대가 자신만을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상대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어 자신에게 화를 내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표출하든, 그건 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나를 바라봐주지 않은가. 다투고 나서 상대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이 좋아서 안정적인 연애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싸우고 나서 상대가 자신에게 느끼는 미안함과 그에 따른 행동들에서만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경험이 반복되고 익숙해질수록,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만이 정답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지금껏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대부분의 추상적인 문제들은 '하나에 매달릴수록',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크고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맡은 업무를 빈틈없이, 실수 없이 해내려 하는 것. 하고 있는 연애가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것. 나의 삶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야 한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을 추구할수록 원하는 것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걸 느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론 힘을 약간 빼고 할 때, 무엇을 하든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정말로 당신에게 잘해주는지 말이다. 또한 당신이 그것을 너무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이 말은 상대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잘해준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채, 그 외의 것들엔 지나치게 무신경했던 건 아닌지 떠올려보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야 할 것, 책임질 것들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대가 당신에게 잘해주는 것. 어쩌면 내가 그 사람에게 또는 그 사람이 내게 줄 수 있었던 건 단지 '잘해주는 것' 말고는 없었던 게 아닌지 말이다. 말 그대로 상대의 호감을 얻거나 느끼기 위해, 잘해주는 것 한 가지 외에는 다른 것들이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잘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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