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옅어진 채, 결과와 함께 남아 있다

by Quat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시간이 지나 옅어지기만 할 뿐,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감정들은 내면에 고스란히 남아,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의 입을 막고 몸을 굳게 만든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도 있다. 어떤 말에 유독 분노하거나, 반대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이 많은 곳을 본능적으로 피하기도 한다. 이렇듯 결과는 항상 특정한 감정을 수반하고 그것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옅어진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처음 누군가를 사랑했던 경험이 아주 힘들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잘못된 연애관을 가질 수도, 가슴 아프고 저릿한 감정만이 사랑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간은 아픔을 덜어줄 뿐, 아픔그 자체를 치유해주진 않는다.



처음이란 건 언제나 설레면서도 두렵다. 어떤 이는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 말한다. 그러나 그 또한 좋은 결과로 인해 좋은 감정을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10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마침내 합격하면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가 되지만, 불합격하면 '허송세월을 보낸 사람'이 된다. 무엇을 하든 버티는 마음가짐은 중요하지만, 포기해야 하는 시기를 깨닫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하기 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매번 감정에만 충실한 선택을 하다 보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좋지 않은 결과가 반복된다고 해도 여전히 감정은 그것을 하라고 부추긴다. 삶이 점점 좋지 않게 흘러가는 걸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억하라.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 난 후 그에 따른 결과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감정 또한 여전히 당신을 에워싸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