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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2. 2024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달라요


당신은 자신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편인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도 '할 수 있다'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나도 포함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최근 면접을 보러 갔던 곳에서 흥미로운 일을 하나 겪었다. 면접을 보기 전, 담당자분께서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셨다. A4 용지 한 장엔 여러 질문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질문 2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과 '가장 못하는 것'을 묻는 것이었다.



다른 질문들은 빠르게 작성했지만 그 2가지 질문을 보면서 머릿속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너무 솔직하게 작성하면 되려 이미지가 좋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거짓으로 적자니 대화를 하다 보면 곧장 들통이 날 것 같아서였다. 고심 끝에 '가장 못하는 것'엔 "곤란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것", '가장 잘하는 것'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면접을 볼 때 관련된 질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다행히 면접 후 좋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모습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현재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모른 채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해놓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 중간이라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일을 크게 벌여놓은 후 또는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 후에야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당당하게.



일을 하면서 신입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하나를 가르쳤을 때 열을 알면 좋을 테지만, 가르친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대부분은 만족한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지시한 후에 빨리 습득하지 못했다며 혼내는 건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지, 배우는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내 경험상 일을 빨리 배우지 못해도 겸손한 태도를 갖추고, 모르는 것들은 배우려는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직장상사에게 더 사랑받고 회사에 적응도 잘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굳이 일을 못하는 척 연기할 필요는 없다. 뭘 하든 타고난 센스로 빠르게 일을 터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중요한 건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알고 있냐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부족한 자신감뿐만 아니라, 과한 자신감 또한 삶을 망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서 말하자면 자신감만 가진 채 '그것을 입증할 행동'은 전혀 하지 않을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소위 말하는 "입만 산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직장도 없으면서 남들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평가를 한다거나, 쓰레기만 골라 만나 힘들게 연애한 사람이 건네는 연애 조언을 누가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듣겠는가. 결국 이러한 행동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마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하는 것들을 보며 '저런 건 나도 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제로 당신이 했을 때 생각보다 어려워했던 적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이러한 행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이런 경험들이 점점 쌓이면서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의 나'의 괴리감을 느끼고, 진정한 나에 대해 알아가야만 전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 후에도 여전히 상황 탓, 남 탓만 해서는 과거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하는 게 매우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패를 겪고 나서 곰곰이 떠올려보라. 당신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가. 상황과 타인을 제외하고서, 당신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패를 모두 사용했는지 질문을 던져보라. 만약 그 질문을 했을 때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생각해 보라. 아마 거기까지 생각을 해보면, 대부분 '자신이 생각했던 나'와 '실제의 나'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을 낮추지도 말고, 쓸데없이 올리지도 말라.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볼 수 있어야 비로소 그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자존감을 논하기 전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자신부터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그것'이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할 수 있다고 '생각만 했던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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