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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4. 2024

결국 남는 건 '사람'뿐이라는 것


요즘 들어 주변에서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는 사람들이 잦아졌다. 상대를 만난 시간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다. 물론 결혼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결혼 후의 삶이 쉽지 않게 흘러가는 사람도 있다. 삶에서 어떠한 형태의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결국 우리는 상대가 누구든, 곁에 있는 존재를 갈망하고 원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일부는 '비혼주의'를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곁에 한 명쯤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결혼은 원하지 않을지언정, 매력적인 이성과의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흔쾌히 응할 것이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스스로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이며, 마지막으로'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이것을 단순화시켜 보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나', '상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3가지 모두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와 관련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실 앞에서는 '스스로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언급했지만, 나 자신과 관련하여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성향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라던가, 현재 하고 있는 일, 앞으로의 인생 계획 등. 아주 다양한 이유들로 비혼주의를 결심하게 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그런 생각들도 "지금 그렇게 믿고 있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이러한 가치관이 얼마든지 반대로도 바뀔 수 있어서이다. 비혼주의를 천명한 숱한 사람들 중, 마음을 바꿔 결혼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자신이 '비혼주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과 연애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두 번째는 '상대'와 관련된 이유이다. '결혼하고 싶을 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만으로 결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일수록, 자신만의 '연애관'이나 '결혼관'이 굉장히 뚜렷한 경우가 많고, 거기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 드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애든 결혼이든, 누군가와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건 한쪽만 잘한다고 해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두 손바닥이 부딪혀야 비로소 박수를 칠 수 있듯이, 특히나 관계라는 건 어느 하나의 노력만으로 좋게 형성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할수록 누군가를 만나는 건 더욱 힘들어지고, 만나더라도 상대의 헌신과 희생이 기본이 되어야 비로소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 된다. 연애를 하는 동안은 그렇다 쳐도, 결혼 이후 평생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아마 현재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나 혼자 벌어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 살 집을 구하고 힘겹게 살바엔 '차라리 혼자 속 편하게 살고 말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비록 상황이 힘들지라도 이 사람과 평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던 적 말이다. 정말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모든 걸 포기한 채 살아가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좋지 못한 상황 때문에 상대와 시작조차 해보지 못한 채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더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때문에 좋은 것들을 주지 못한다고 떠올려보라. 얼마나 슬픈 일이란 말인가.






'돈만 많으면 결혼 안 해도 되지'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쉽게 뱉고, 정말로 그렇다고 믿는다. 물론 경제력이 풍족할수록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가보지 못한 장소에 가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는 것. 분명 흥분되고 행복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경험들로부터 얻는 자극과 행복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행복들도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나둘씩 친했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면서, 점점 혼자서만 여행을 가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아무리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런 시간이 오늘도, 다음 주도, 다음 달도, 내년에도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 외로움과 공허함을 평생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 곁에 남는 건 사람뿐이다. 매일같이 힘겹게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것들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다. 정말로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곁에 좋은 사람을 두고, 그 사람과 함께 즐거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 물론 연애로도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약 없는 행복은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단지 좋은 것만을 즐기려고 하다 보면,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기억하라. 본질적인 외로움은 나와 같은, '사람'의 존재로만 채울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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