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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8. 2024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보세요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자신만의 것'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안정된 일상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훨씬 더 잦다.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삶을 자신만의 색으로 채워나가고, 그 틀 안에서 생활하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제 발로 정성껏 만든 틀을 벗어나려 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망설인다. 이 틀을 벗어나는 게 정말로 옳은 것인지, 괜히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닌지. 거기서부터 사람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내린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안을 향해 몸을 돌리거나, 눈을 딱 감고 떨리는 마음을 안은 채 울타리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거나.






새로운 선택을 한 이후부터, 우리는 그것으로 인한 설렘과 불편함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이 한 선택이 결코 '100%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원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런 결과는 원하지 않았어'라고도 말한다. 요점은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을 감수하려 들기보다, 자꾸만 다른 것에 전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고 난 이후였다. 꽤 유명한 스트리머가 자신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 짧은 영상이었다. 카메라를 등진 채 밥을 먹고 있는 스트리머에게 시청자 몇몇이 '불편하다'는 말을 했고, 그 글을 본 스트리머는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라"라고 말했다. 보는 자세가 잘못되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는 자세가 불편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대상 또한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 사실 식사를 하는데 정해진 자세 같은 건 없는데 말이다. 음식을 흘린 것도,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은 것도 아닌, 그저 등을 돌린 채 식사를 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한 시청자의 입장에선 지나가는 농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누군가의 '불편하다'는 말 한마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떠올려보면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의견을 표출하는데 거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건 중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전달법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는데 있다.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채, '자신이 지금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를 전달하는데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지극히 사사로운 것들까지 불쾌함을 드러내는 게 당연시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마치 '속 좁은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답잖은 것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 사람 또한 많아지게 되자 받아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참지 않고 불편함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새부턴가 받아주는 사람들은 "착하긴 한데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고, 거침없이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들은 "곁에 두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되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은 적어지고 원하는 걸 말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들 대부분"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라고 말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무얼 하든 불편한 감정들은 들기 마련이다. 행복하고 즐거우면서 만족스럽기만 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 나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에 따른 행복을 감사히 여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 느끼는 불편함이 또 다른 사람에겐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즉,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거라는 건 본인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유독 일상이 불만족스럽고 타인을 향해 '왜 저 사람은 저럴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스스로의 자세가 어떤지 떠올려보라. 눈을 감은 채로 "이 세상은 빛이 없고 어둠만이 가득할 뿐이야"라고 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태양과 달과 별의 빛남을 설명한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오늘 하루도 불편한 순간들이 가득했는가? 그렇다면 자세를 고쳐 앉아보라.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하다면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만든 울타리를 벗어날지 말지 말이다. 틀을 벗어나는 게 두려워 평생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갈지, 새로운 도전을 해서 현재 느끼는 불편함이라도 벗어날지는 오로지 당신만이 정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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