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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13. 2024

글을 쓴 지 약 2년, 곧 출간작가가 됩니다


제목 그대로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약 2년 만에, 내가 쓴 글들이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지난달에 출판사와 계약을 마무리지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올해 하반기쯤 책을 내기로 했다. 브런치에 쓴 글에 종종 댓글로 다른 분들께서 '작가'라고 하시면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도 한 권 없는데 과연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출판사 측과 퇴고 및 계약 관련 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 호칭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출간과 관련된 얘기를 간단히 해보자면, 사실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었다. 2023년 12월 말, 브런치에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관련된 제안이 담긴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전에도 출간비용을 일정 부분 자비로 부담해 책을 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을 포함해,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 중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굳이 돈을 써가면서까지 책을 내고 싶진 않았다. 그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도, 당장 출간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메일의 내용을 읽어보니, 지금까지 받은 메일과는 달랐다. 그렇게 한순간에 어제와는 전혀 다른 날들이 이어졌다.  



내게 연락을 주신 해당 출판사의 편집자님 또한 좋은 분이셨다. 어느 정도 원고를 다듬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동안 글을 쓸 때와는 다른 문제들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미 출간을 하신 분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퇴고를 잘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퇴고뿐만 아니라 편집자와 조율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제안을 받고 초짜인 내가 지금까지도 크게 별 문제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편집자님의 빠른 일처리 덕분이 아닐까 싶다. 만나서 대화를 하기엔 거리가 멀어 처음 통화를 했을 때도, 혹시나 걱정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퇴고를 하면서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다. 먼저 그렇게 말해주신 덕분에 나도 간간히 의문이 드는 부분들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말할 수 있었고, 퇴고부터 계약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출간 관련된 제안을 받고 느낀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시작했더라도 1년 정도하고 나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시작하더라도,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면 어디까지나 그것을 '업'이 아닌 취미로밖에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즉, 정말로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단순히 '열심히'가 아닌, 간절함을 갖고 해야 비로소 본인이 원하는 성과가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글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이 쓴 글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분들도 있다. 물론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오히려 좋은 글을 쓰는 걸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출간을 하면 '퇴고'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는 건 괜찮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유지하려고만 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마치 '우리 애는 착해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처럼, '내가 쓴 글은 너무 소중하니까 건드리거나 지적하지 마세요'라는 태도는 오히려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아서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글이란 건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임을 생각해 보면,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가 쓴 글에 대한 자부심을 조금은 내려놓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이게 가장 좋아'라는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아야,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쓸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사실 책이 나온다는 게 기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행복하진 않다. 왜냐하면 내 목표는 "평생 글을 쓰면서 먹고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빨리 좋은 기회를 잡아 책이 나온다는 건 좋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책이 출간되면 지금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부터 지금 쓰는 방식을 고수할지, 다른 글을 쓸 지도 고민이 된다. 어떻게 하면 내 글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등 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 분명한 건, 이런 고민을 하는 게 행복하고 즐겁다는 사실이다. 왜냐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고민이니까.


  




나는 앞서 말했던 3가지 생각들을,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의 삶에 적용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정말로 내가 하고 있는 일, 만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지 떠올려보라.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보라. 또한 현재의 행복과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잘 대비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라. 물론 이 3가지를 전부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게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현재 느끼는 행복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이 전부라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가수 박재범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잘 된다고 느끼면 거기서 멈춘다"라고. 흐름을 타고 탄력을 받아서 더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당신의 운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것이라고 자만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잘될수록 오히려 더 몸을 사리고 고민하면서, 혹시나 찾아올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1년 후에도 지금 이 시간을 흘려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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