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감정 : 불안

by Quat


대부분 학창 시절 '그 시기'를 겪곤 한다. 왠지 모르지만 전부 다 짜증 나고 싫어지며 갑자기 분노가 차오르는 그 시기. 일명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르는 사춘기다. 누군가는 사춘기를 겪어야 비로소 부모와 정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나는 제대로 된 사춘기를 겪지 못했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종종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하곤 한다. 어린 시절 유난히 피부가 하얘서 친척들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도 '애 간수 잘해라' '너무 예뻐서 누가 잡아갈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이후로 그 말은 아예 정반대가 되었다. 학창 시절 결혼식이나 친척들 모임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아이고야, 어렸을 땐 예뻤는데..."였다. 15살. 나와 가족들이 처음으로 '아토피'란 걸 알게 되었던 나이였다.



과자 한 입, 아이스크림 한 입. 그 단 한 입 때문에 잠을 자고 나면 온몸에 상처들과 함께 고통이 밀려들었다. 두피, 얼굴, 목, 등까지 한번 간지러움이 시작되면 긁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참기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특히나 어린 시절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건 정말로 견디기 어려웠다. 지금의 나를 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을 회상하는 동시에, 나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걱정하는 그들의 말. "어렸을 땐 예뻤는데..." "그렇게 하얗고 예쁜 애가 어쩌다..." 물론 그분들의 입장에선 진심 어린 걱정이었겠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집이 그리웠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내 방에서 온전히 혼자 있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있어 지인들과의 모임과 잔치는, 웬만한 일이 없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이었다. 거기까진 이해했다. 그렇지만 또래조차 없이 어른들끼리만 있는 모임에 도대체 왜 나까지 가야만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모임에 내가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내비치면 부모님은 '어른들이 있는 자리에 얼굴을 비추는 게 예의다'라고 말했다. 피부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네가 어떤 상황이든 자신감만 있으면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모임에 가지 않으면 나는 '예의 없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나는 예의 없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부모님을 따라 여기저기 따라다녔지만, 왜인지 점점 반항심은 강해지고 자신감도 자꾸만 줄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그저 '말 잘듣고 예의바른 아이'로 살면서 보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한다. 정말로 부모님이 나를 그런 곳에 데려가고 싶었고 내가 예의 바르게 자신감을 갖길 바랐다면, 나를 향한 그 말들을 왜 그냥 내버려 두었는지 말이다. 친척들이 "어렸을 땐 예뻤는데..."라는 말을 해도 "아유, 지금도 멋있죠!"라고 받아쳐주지 않았느냐고. 그런 말을 수없이 듣고 잔뜩 풀 죽어 있는 내게 "누가 그런 말을 해도 스스로 당당해지면 돼"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종종 했느냐고 말이다.






책임 없는 동정과 연민은 최악이다. 길을 가다 비를 맞고 있는 길고양이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집에 데리고 와 애지중지 돌보다가,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다시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훨씬 더 나쁘지 않은가.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대상을 보호하려는 마음 또한 포함된다.



그때의 부모님을 원망한다. 왜 다른 사람들의 책임 없는 동정에서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그때의 내가 못난 게 당연해도, 부모로서 당당하게 그들에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지 못했느냐고 말이다. 과거의 내가 아토피가 나아지는 것보다 간절히 바랐던 건, 아토피로 인해 내가 겪고 있던 마음의 상처들을 부모님이 바라봐주는 것이었다. 그것뿐이었다.



Love is when the other person's happiness is more important than your own

사랑은 상대방의 행복이 자신의 것보다 더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

- H. Jackson Brown J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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