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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26. 2024

친할수록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한 이유

흘려보내는 것 또한 관심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숱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에게 커다란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걷게 한 후, 거리에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물었다. 참가자는 적어도 50% 정도는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참가자의 모습을 기억한 사람은 불과 24%였다고 한다.



객관적인 자료들은 타인이 우리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간관계 잘하는 법' '이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와 같은 게시글이나 영상을 보면, 홀린 듯 누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타인을 신경 쓰며 살아갈까? 오늘은 "적당한 무관심"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당신은 카페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차를 타고 여행을 갈 때면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는 카페가 없는 곳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게 이른바 '국룰'처럼 되어버린 사회.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카페를 열광하는 것일까.



지금은 아니지만, 불과 3~4년 전엔 나도 카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1주일에 아무리 적어도 2번 이상은 카페를 갔었다. '가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 커피를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종종 있었다. 혼자 여행을 갈 때면 숙소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고 싶은 카페'가 있는지를 검색해 보는 것이었다.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가 일정 비용을 내고 공간을 공유한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걸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 함께 온 사람과 대화를 하는 사람. 똑같은 행위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도 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통화를 하고 있다고 해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카페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카페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서로를 배려하는 편이다. 나처럼 잠시 타인에게 관심을 갖다가도, 이내 다시 제 할 일에 집중한 뒤 일이 마무리되면 카페를 떠난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에 상대가 무얼 하는지 관심을 보이다가도 이내 그 관심을 거두는 것.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동시에 적당한 무관심 또한 공존하는 공간.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인즉슨, 일상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많은 관심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 명문대, 좋은 회사, 매력적인 연인 또는 배우자, 자기 명의로 된 집이나 차. 핫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를 하기 힘들고, 별의별 챌린지들이 업로드되어 SNS를 장악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나이, 특정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유로 그 다음 단계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한다. "연애(결혼)은 언제 할 거야?" "집은 샀어?" "얼마나 주고 샀어?"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을 때, "모를 수도 있지"가 아닌 "어떻게 그런 것도 몰라?"라는 대답을 훨씬 더 많이 듣는다.



지나친 관심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에 불과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독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식물이 자리기 위해선 물과 햇빛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더우면 말라죽고, 지나치게 비가 많이 오면 썩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관심과 함께, 적당한 무관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모든 걸 통제하려 든다면 상대는 당신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반대로 무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상대는 당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쏟는 쓸데없는 관심보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와 같은 말을 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의 의미를 왜곡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짓을 하고, 어떤 말을 하건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해"와 같은 마음은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이다. 사랑받지 못할 행동을 하면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대부분은, 이와 같은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모른척하기 바쁘다. 그렇게 되면 자꾸만 원인을 남과 상황에게서 찾게 된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적당한 무관심을 가지는 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숱한 실패와 시도를 경험해봐야 한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그 외의 불필요한 것들엔 조금은 무디게 대해보는 것. 이것은 당신이 친하고 깊다고 믿는 관계일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적당한 무관심으로 흘려보내는 것 또한 또 다른 형태의 관심이라는 말을 끝으로, 오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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