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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24. 2024

목마를 때 필요한 건 컵인가, 물인가

삶에서 필수적인 것, 부수적인 것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이미 반나절 이상 물을 마시지 못해 탈수 현상을 겪고 있다. 만약 이 사람에게 컵과 물, 2가지 중 하나만 줄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줄 것인가?



아마 이 질문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할 것이다. "당연히 물이지. 이걸 질문이라고 해?" 그렇다. 몇 시간 동안 목마름에 지쳐 있을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컵이 아닌 물이다. 꼭 탈수를 겪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컵이 아닌 물이다. 컵은 단지 물을 편하게 마시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 컵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건 아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필수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음식을 먹고, 충분한 잠을 자는 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다. 반면 여행을 가거나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갖고 싶은 신발을 사는 건 부수적이라 할 수 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감수해야 할 위험의 크기이다. 새로운 가방을 사지 못한다고 해서 생명에 위협을 받진 않는다. 하지만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 채로 살다 보면 건강에 지장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들을 보면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1년 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거나, 갖고 싶은 옷을 사지 못한다는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서 식사는 대충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음식으로 때운다. 퇴근 후 유튜브를 보며 하루에 4~5시간만 자고 나서 출근하는 날들도 잦다. 물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당장은 그러한 날들을 스스로 '행복하다'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길게 보았을 때 이런 삶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삶에서 필수적인 것들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돈'이라 말할 것이다.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믿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사랑'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만큼 인간을 좋게도, 나쁘게도 흔드는 건 없기 때문이다.



2,30대가 연애를 하는 비중 및 결혼하는 비중이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뉴스가 하루를 멀다 하고 들려온다. 굉장히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서 말한 '필수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반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는 사랑하니까 연애를 하고 결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연애나 결혼을 하기 위해 애써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많은 이들이 '외롭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를 사랑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형태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만 집중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나 그것을 맞춰가려고 하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딱딱 들어맞는 사람을 찾기 바쁘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며 그것을 굽히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는가.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탄탄한 몸을 만들고 외제차를 몰며 30평 이상의 자가에서 산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빠지려면 그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과 마주해야 한다. 설령 그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평생을 함께 사는 건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방어기제와 페르소나들을 벗어던지고, 날 것 그 자체의 나를 상대에게 드러내고 서로가 서로의 다른 부분들을 조금씩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그것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에겐 컵이 아닌 물을 주어야 한다. 연인과 이별해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때로는 현실적인 조언보다 다정한 위로를 건넬 줄도 알아야 한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땐 한 시간이라도 더 자야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한 끼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금까지 당신이 필요로 했던 건 컵인가, 아니면 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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