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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16. 2022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려고' 노력해라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진다. 내향적인 나로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할 따름이다.



한때는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며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말이다. 하지만 나를 버리고 아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건 너무나도 힘들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걸 바랬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고무줄 하나를 잡아서 당겨보면 원래 형태보다 늘어난다. 조금씩 힘을 주어 당기는만큼 서서히 늘어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뚝 하고 끊어져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고무줄이 똑같은 한계점에서 끊어지진 않는다. 똑같은 모양의 고무줄일지라도 끊어지는 지점은 미세하게나마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력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지만 미친 듯이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180도로 바뀔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 한계점은 저마다 달라서 자신조차 알 수 없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능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어떤 분야에 도전했을 때 발전할 수 있는 한계점 또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A와 B는 동일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A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인내심이 강한 반면, B는 도전적이고 왕성한 호기심을 지닌 성향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두 사람이 '뜨개질'이라는 동일한 취미를 배운다면 어떻게 될까? 뜨개질이라는 취미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활동이다. 같은 날 두 사람이 뜨개질을 배웠더라도,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A의 성향이 이 취미에 적합해 보인다. 이번엔 두 사람이 '번지점프'에 도전한다고 해보자. A와 B 중 누가 더 빨리 뛰어내릴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익숙한 B가, 떨어질 때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빠르게 뛰어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B가 오랫동안 뜨개질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A가 의외로 빠르게 번지점프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타고난 성향에 따라 '손쉽게 잘할 수 있는 것'과 '노력해야만 그나마 나아지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노력해도 잘하지 못하는 건, 타고난 성향과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포기해야만 하는 건가? 물론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노력의 가능성을 믿는다. 나 또한 많은 일들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변해왔다. 안될 거라고 믿었던 것들이 이뤄졌던 순간들도 있었다. 반대로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도 많았다.




인생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 느낀 한 가지는, 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자책하거나 인생이 망한 듯이 행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100의 노력을 기울여 0에서 10으로 나아진 반면, 누군가는 10의 노력을 들여 0에서 50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당신의 노력이 타인에 비해 비효율적인 방향이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당신이 가진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말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정말 후회 없이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덜 노력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 분야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음을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고 있는데 왜 '더 노력할걸'이라는 자책을 한단 말인가?








노력한다고 모든 것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을 모른 채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이 잘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친 듯이 노력했음에도 제자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당신과 달리,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데도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빠르게 앞서가는 타인을 보며 엄청난 상실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우연히 당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어차피 노력해봐야 안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며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내가 모든 분야에 열정을 쏟아붓지 않는 이유이다.




모든 분야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보다 먼저 당신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했다면, 그와 관련된 분야에 도전하라. 그때는 미친 듯이 노력을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일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시간을 쪼개고 비용을 쓸 것이다.  




현재 당신이 남들에 비해 무언가를 못하고 뒤쳐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뭘 하고 싶지?'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수도 있다.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생각이 가득할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적어도 한 가지의 재능은 가지고 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남들보다 당신이 잘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스스로를 낮추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당신조차 모르는, 당신만의 가치를 깨닫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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