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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18. 2022

불안하니까, 움직인다


오늘도 별다른 일없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사둔 반찬으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맛있는 게 먹고 싶어 져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배달 앱에 표시된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빨리 음식이 도착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포만감과 함께 노곤함이 밀려왔다. 의자에 털썩 앉은 채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는 유튜브 영상을 한참 동안 보며 노닥거렸다.




'얼른 씻고 글부터 써야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조금만 쉬었다가 해야지'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7시가 지나 8시가 되고, 9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조금만 더', '5분만 더'라고 속으로 되뇌고 있던 중 갑자기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며 결혼한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에 비해 딱히 무언가를 이루지도, 특출한 재능을 가지지도 못한 내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다 간 가끔 부모님 용돈을 드리긴커녕 나 살기에도 허덕거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마침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 나는 오늘 써야 할 글을 쓰고 있다.







언제부터일지 모를, 이런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생각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불쑥 고개를 내민다. 기분이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말이다. 누군가 옆에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이런 적이 훨씬 많다. 스스로 아무리 '잘하고 있다'라는 다짐을 해도 그 순간엔 크게 위로가 되진 않는다. 아마 내가 가장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이런 불안함을 느낄 때가 아닌가 싶다.




불안은 안정과는 반대되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불안한 것을 싫어한다. 불안할수록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들 중에서 가장 힘든 건 '자기 의심'이다.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지금까지 옳다고 믿고 있는 게 사실은 전부 틀렸던 건 아닐까?" 자기 의심이 심해질수록 어떤 일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는 것이 힘들어지며, 자신이 선택권을 쥐고 있는 상황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것을 일종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만약 오늘 내가 이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의자에 앉아 잠이 드는 순간까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쉬는 동안 뜬금없이 이 생각이 들었고 불안해졌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즉 불안했기 때문에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어쩌면 엄청나게 성공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일깨우기 위해 모종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움직이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내가 보낸 응원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아주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지 않은가. 내게 닥치는 수많은 일들을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의 몫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보다, 그 불안을 원동력 삼아 진작 했어야 할 것들을 마무리하는 게 나를 위해 훨씬 도움될 테니 말이다.








2022년도 벌써 5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이뤄냈는가? 이 질문을 들은 당신은 아마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흘러간 시간을 다시 잡을 수도 없지 않은가. 더 중요한 사실은 당신뿐만 아니라 질문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후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나도 포함된다).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의 지나간 5개월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7개월의 시간이다. 불안함에 사로잡혀 지금 후회하고 있는 5개월처럼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이 불안을 통해 당장 내일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할지는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그 누구도 당신을 말리지 않았으며, 말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당신이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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