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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21. 2022

'소중함'에 숨겨진 본질


사람은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클수록 그것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화장실에 있는 남은 휴지를 모두 사용했다고 해보자. 새 휴지를 갖고 올 때 당신은 어떻게 들고 오는가? 혹시라도 휴지가 떨어질세라, 두 손바닥 위에 휴지를 올려놓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고 오는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번에 당신은 몇천만 원의 값어치를 가진 보석을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기는 일을 맡았다고 해보자. 과연 새 휴지를 갖고 오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역시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소중하다'라는 감정은 단순히 물건이 가진 값어치에 국한되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잃어버렸을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주 서럽게 운다. 똑같은 장난감을 하나 더 사준다는 부모의 말에도, 아이들은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이것은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시선에선 단지 몇 천 원, 몇만 원 하는 장난감 하나가 사라진 것뿐이지만, 아이에게 있어 그것은 값어치 이상의 물건이다.




돈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어른들도, '소중하다'는 감정을 값어치와 관계없이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나름의 기준을 통해 '더 좋아하는 사람'과 '덜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눈다. 좋아하는 감정이 클수록, 우리는 그 사람을 더 소중하게 대한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준비를 서두르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한다거나, 여행을 다녀온 뒤 특별한 선물을 주는 등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처럼 자신이 어떤 대상을 다른 존재들보다 특별하게 생각할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소중하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무언가를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때도 있다. 새로 산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껴 입다 보니,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 버려야 할 때. 돈을 모으기 위해 너무 아껴서 살다 보니 오히려 건강이 나빠져 병원비로 막대한 지출을 할 때.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중,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런 상황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지나치게 소중히 여길 때 나타나는 문제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신이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할수록, 그 마음을 받는 상대 또는 대상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지극히 당연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하나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잦은 꾸중과 체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타인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 중에서 그들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소중하다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내면에서 생기는 감정이다. 내 입장에서 소중한 감정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란 법은 없다. 소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과격한 표현을 하거나, 지나치게 아끼는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근거로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통제한다면, 이유 없는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상대를 향한 폭언과 무력행사가 단지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참작이 된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비싼 금액의 옷이라고 해도 결국은 옷이다. 옷은 사람이 입기 위해 만들어진다. 비싼 돈을 주고 옷을 사놓고 입지 않는다면, 옷이라는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돈은 화폐다. 소비하지 않은 채 무작정 쌓아두고 보관만 한다면, 길바닥에 나뒹구는 종이조각과 돈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결국 이런 모든 행동들이 가지는 본질적인 원인은 진정으로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닌, 그것을 소중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무언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무작정 아끼기보단 그것을 소비해야 한다. 그것이 가진 존재 이유를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실행시켜주어야 한다.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바꾸려 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달리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순간, 생각의 주체가 '나'에서 '상대'로 바뀐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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