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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21. 2022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며칠 전, 만난 지 오래된 동생 한 명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어색하거나 불편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동생이 찾은 수제버거 집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서로 몰랐던 일상의 변화나, 새로운 도전, 현재 하고 있는 고민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하며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먼저 연락해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나보다 6살이 많은 형에게 아무런 용건 없이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할까? 현재 나는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며, 많은 부를 축적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긴 힘든 내 처지에, '오랜만에 생각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연락이 온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많은 것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남의 것을 탐내거나 함부로 뺏으려 들진 않았다.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은 성격도 아니지만, 대신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며 살았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았다고 해서 똑같이 상대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과 조용히 관계를 끊어내고 할 것에 집중하며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타인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사람들이 있다. 애정이 듬뿍 담긴 표현을 아끼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많은 돈을 쓰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미루면서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지인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헌신하는 그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이 애쓰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타인과의 친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자신의 감정을 쏟아붓기만 한 것이다. 사람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시간은 각기 다르다. 상대는 아직 나와 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시간을 지나치게 투자해버리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이 그어놓은 마음의 선을 누군가 함부로 침범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그렇기에 친분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과도한 애정표현은, 받는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아한다'라는 이유로 자신이 가진 돈과 시간을 상대를 위해 사용했음에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더 많이 주는 것이 아닌 좋지 않은 것을 주지 않고, 조언을 하기보단 가만히 들어주며, 자신의 형편과 상관없이 작은 것이라도 주며 마음을 표현하는 것.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하며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내게도 먼저 연락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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