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첫 '필라테스'

by Quat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아내와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결혼을 하고 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게 운동이면 더 좋겠다고 말이다. 배드민턴, 테니스 등 여러 가지 운동들이 후보에 올랐었지만 딱 잘라 "이거다!"라고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아내가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똑같이 운동을 해도 이쯤 되면 집에 들어가 쉬고 싶은 나와 달리 아내는 좀 더 운동을 하고 싶어 했고, 기왕이면 강제성이 있는 동시에 운동효과도 확실하길 원했다. 그렇게 나온 운동이 바로 '필라테스'였다. 아내는 이미 2년 정도 필라테스를 배운 경험이 있었고, 나도 예전부터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은 운동이어서 같이 시작해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 있는 필라테스 센터에 들러 상담을 받았지만 원하던 시간엔 자리가 없었다. 신년인 데다 우리가 방문하기 얼마 전에 할인 행사를 해서 그런 듯 싶었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시간이 있어 상담을 받고 이틀 정도 고민을 해본 뒤 '이것도 경험이지'라는 생각으로 주에 2번, 한 달 정도 수업을 듣기로 했다.



운동을 하기로 한 첫날, 아내와 함께 해본 필라테스는 새로운 경험 그 자체였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 평소 서 있는 자세에 대해서도 강사분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유튜브나 TV로만 보던 기구를 사용해서 해본 필라테스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호흡을 하는 동시에 아랫배와 윗배 각각에 힘을 주거나, 잔뜩 힘이 들어간 근육에 힘을 빼고 특정한 자세를 하려니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 아내는 운동하는 동안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이 웃겨 집중이 안 됐다고 말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뻣뻣한 몸으로 나름 어떻게든 자세를 따라 하려고 용쓰는 게 얼마나 웃겨 보였을까.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부턴 예전보다 몸이 더 굳어졌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더군다나 쉴 때를 포함해 자기 전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니 주인 잘못 만난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글을 쓰면서 좋게 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엔 단지 '좋고 싫음'의 구분만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나의 모든 것들을 파악한 건 아니다. 어떤 부분들은 그저 짐작이나 추측 정도만 할 뿐이다. 그래도 예전엔 막연했던 부분들에 대해 좀 더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글 쓰는 삶을 선택했음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필라테스를 통해 이제는 내 몸에 대해서도 전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걸을 때 발의 어떤 부분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있었는지, 물건을 들 때 나도 모르게 허리에 힘을 과하게 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정면이라고 생각했던 시선이 사실 왼쪽으로 틀어져 있진 않았는지.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하고 있던 내 몸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알아가다 보면 한 달 후, 반년 후, 1년 후엔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런 과정을 아내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쁜 일이다.



자신의 몸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점점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전보다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귀찮다는 이유로 먹지 않은 영양제, 하루 10분이라도 햇빛보기, 주말에 밖에 나가서 걷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게 만든다. 여행, 데이트, 취미 생활,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내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을수록 오히려 가장 악화되기 쉬운 건 자신의 신체이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1년의 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건 그 이후 10년이라는 말을 끝으로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