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내와 함께 미용실을 다녀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던 중, 아내가 미용사와 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같이 온 것을 보고 미용사가 아내에게 부부인지 묻고는,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이제 4개월 정도 되었다는 아내의 말에, 미용사는 '신혼 때 자주 다투지 않냐'라고 물어보며 자신은 신혼일 때 남편과 엄청 싸웠다고 한다.
아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다퉜는지에 대해 묻자, 그녀는 둘 사이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대부분 신혼 때 다투는 비슷한 이유들이었다. 집안일을 혼자서 한다던지,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사건만 다를 뿐, 근본적인 이유는 똑같았다. 남편이 알아서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서운한 마음이 쌓이며 터진 것이었다.
아내가 그럼 '본인이 바쁘거나 힘들 때 남편한테 부탁한 적은 없었냐', '그래도 남편이 하지 않은 거냐'라고 묻자 그녀가 말했다. "시키면 하는데, 시키지 않으면 알아서 안 해요" "그럼 힘들 때마다 부탁하면 되지 않아요?" 아내의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유, 그 정도 말했으면 본인도 알아서 해야죠. 사실 저도 조금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주 싸웠어요."
"결혼하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흔히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애할 때 만났던 사람이 결혼 후엔 달라진다'라는 걸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그렇다면 결혼을 하면 연애할 때와 똑같은 모습을 유지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연애할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히려 결혼하고 나서 전보다 다툼이 잦은 사람들을 보면, 결혼했음에도 연애할 때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행동했기 때문에 싸움이 발생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다.
누군가와 함께 살면서 별 탈 없이 지내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서로가 갖고 살아야 한다. 그게 자신의 기준에선 당연해 보여도 말이다. 상대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켜야만 하는 사람' 아니라 '부탁하면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입에서 "고마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신의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워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면, 사람은 알아서 달라지게 되어 있다.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상대가 그걸 알아줄 거라는 확신이 생기면 평소 잘하지 않던 설거지든, 화장실 청소든, 빨래든 알아서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는 잘하고 있다"가 아닌, "상대도 내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아야 한다. 나도 결혼 전에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들 중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있을 수 있다. 부부 사이에 대화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인 신혼 때는 더욱 중요하다. 틈날 때마다 대화를 하며 서로가 불만인 것들을 타협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작고 세세한 것들까지 요구하기보단,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하고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걸 맞추려고 들면 바라는 사람이나, 해야만 하는 사람 모두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내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변기 커버를 내리는 걸 종종 잊는 경우가 있었다. 아내는 그걸 보고도 일일이 내게 지적하지 않고 본인이 알아서 했다. 내가 기억하고 커버를 내리면 "기억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해주었고, 어쩌다 잊어버린 날엔 "다음엔 변기 커버 내려줘요"라고 말한 뒤 자신이 해버리고 끝이었다. 상대가 그렇게 해주는데 어떻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지금도 가끔 깜박할 때가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선 훨씬 나아진 상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혼이라고 해서 모든 부부가 매일 대판 싸우지는 않는다. 서로 맞춰가는 시간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맞추는지에 따라 대화로 끝이 날 수도 있고, 큰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서로의 생각과 태도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할수록 그게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지속되면 상대의 입장에선 "왜 그게 당연한 건데", "넌 왜 네 말만 맞다고 하는데"라며 대들기 마련이다.
결혼하면 달라져야 한다. 혼자가 아닌, 둘이 살면 당연히 불편한 점들은 생긴다. 하지만 같이 살기로 한 건 온전히 자신의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작은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넘어가고,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맞춰갈 때도 상대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 반드시 감사의 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이제 막 결혼한 배우자가 나를 위해 서툴지만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 신혼 때 가장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라고 여기고 아낌없이 표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