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할 때마다 나는 '최고의 남편'이 된다

by Quat


나는 보통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설거지를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집안일이라는 게 한번 미루기 시작하면 점점 쌓여가다 보니, 귀찮더라도 생각날 때 해두는 게 깔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에 따라 귀찮아하는 집안일이 다른데, 내게 있어 '설거지'는 그다지 번거로운 집안일에 속하진 않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에서 설거지는 주로 내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설거지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말한 이유들로 자주 설거지를 하는데도, 매번 아내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그만큼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다. 퇴근 후 함께 필라테스를 다녀와서 저녁을 먹고 난 뒤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라고 말하자, 아내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내가 해도 되는데"라고 말은 하지만 이미 입꼬리는 귀에 걸려있었다.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아내는 달려와 나를 안아주면서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한 번쯤은 그냥 넘어갈만한데도 여태껏 아내는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이렇게 나오면 다음에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내의 칭찬을 들으며 나를 이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설령 이용한들 어떠리. 그릇 몇 개를 씻고 '최고의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은가?






그런 말이 있다. 남자에게 '여자의 공감'만큼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정'이라고. 꼭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남자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던 사람을 쉽게 잊지 못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사소한 노력이라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서서히 그것조차 하지 않게 된다.



만약 내가 별생각 없이 설거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지금과 정반대로 행동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았다. 밥을 먹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은 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면? '당연히 내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설거지가 끝나고 난 뒤에도 본체만체했다면? 아마 분명 한 번쯤은 "그런데 왜 나만 설거지해?"라는 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했을 것이다.



만남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사보다는 서운함이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으레 기대치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실수하거나 원래 하던 걸 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지'가 아닌, '변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상대에게 점점 더 많이, 자주 향할수록 상대도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다. 즉, 상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나의 기준을 들이대면 서로가 지치고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항상 날이 서 있으면 삶은 점점 꼬여갈 것이다. 나를 위해 상대가 무언가를 해주었다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한다. 해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누가 계속 친절을 베풀겠는가. 특히 부부일수록 상대가 나보다 먼저 신경을 써준 부분에 대해선 결과에 관계없이 일단 무조건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야 한다. 한두 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것이 일상이 될 정도로 자주, 많이 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부분에 대해 이 사람은 알아주고 표현해 주는구나" 좋은 부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조금 귀찮더라도 상대를 위해 노력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며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