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가 어렵다'는 말에, 아내는 공감했다

by Quat


2025년을 하루 이틀 정도 앞둔 어느 날, 아내와 신년 목표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둘 다 작년에 책을 냈었기 때문에 올해도 '출간'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아내는 올해 낸 책의 후속편을, 나는 소설을 3편 정도 쓰고 그중 1권은 출간하고 싶다고 말하며 부푼 가슴을 안고 새해를 맞이했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써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평소 자주 쓰던 에세이는 떠오르는 생각을 잘 정리해 적어내려가면 끝인데, 소설은 소재부터 시작해 캐릭터 설정, 중간중간 벌어지는 사건 등 새롭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았던 것이다.



퇴근 후 저녁을 먹거나 산책을 하면서, 자기 전 대화를 할 때도 종종 이 부분에 대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좋았던 건 내가 '평소 고민 중인 것들'에 대해, 아내도 그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주로 힘든지에 대해 내가 말하면 아내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럴 땐 이렇게 해보면 좋아"라고 조언을 해준 적도 있었다. 아내의 방식이 내가 하는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진 못했지만, 힘든 부분이 겹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기쁜 건 중요하다. 하지만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건, '각자가 힘든 부분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부부가 사랑으로 결혼을 하지만 일부는 이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들 모두가 같은 사유로 이혼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 이혼을 결심하는 건 내가 느끼는 힘듦에 상대가 무신경하게 반응하거나 공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통 '성격차이'라거나 '대화가 안 통해서'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인 또는 부부 중 한쪽은 직장인인데, 다른 한쪽이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고 해보자. 자신에게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갖고 있는 상대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다만 각자가 겪는 고충에 대해 온전히 공감한다는 건 아마 힘들 것이다. 회사원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프리랜서인 사람의 입장에선 '그래도 넌 매달 월급이 들어오잖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프리랜서가 불안정한 수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지라도 직장인은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대를 보며 부러울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 의해서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겪지 않은 부분은 공감해 줄 수 없는 것'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어느 정도 상상을 발휘해 '내가 상대의 입장이어도 내가 하고 싶은 조언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행동이 필요하다. 만약 회사원이 프리랜서에게 "수입이 부족한 건 네가 노력을 덜해서 그런 거 아니야?"라던가, 반대로 프리랜서가 회사원에게 "그렇게 힘들면 거기 말고 다른 회사를 가면 되짆아"라고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절반은 "네가 뭘 알아"라며 화를 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속으로 '다시는 너한테 이런 말 안 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예전에 흥미롭게 본 영상 하나가 있다. 어떤 강연에서 자신은 '공감을 잘하지 못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누군가를 향해, 강연자가 그 사람을 노려보며 '공감도 지능'이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에 탁월하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분석력',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상상력', 설령 상대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센스'. 상대의 고민을 듣고 '이렇게 해', '저렇게 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은 그런 말이나 듣자고 속마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공감을 하라는 건 아니다. 공감만을 원하는 사람에겐 사실에 기반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만 처음 고민을 들었을 때부터 "난 원래 빈말 못해"라는 식으로 막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팩트폭행은 이미 여러 번 '같은 고민'을 들었고, 고민을 털어놓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감정적인 위로'만을 받고 싶어 하는 상대 한정으로 날려야 한다. 지금은 힘들지 않더라도 누구든 힘든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당신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고민에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사람들이 나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