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유독 자기 말에 강한 확신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네가 잘 몰라서 그래”라거나 “그게 아니라 이거라니까” 같은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단호하고 명확한 말투는 믿음을 준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그 확신은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의견이 조금만 달라도 상대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밀어붙이거나, 상대의 의견을 ‘무지’나 ‘오해’로 치부해 버린다. 언제부턴가 그 사람과 말을 하면 ‘생각의 교환’이 아닌 ‘일방적인 설득’이 되어버린다.
그런 사람을 보면 종종 헷갈린다. 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걸까, 아니면 그저 고집이 센 걸까. 흔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타인의 시선에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다는 것과 자신의 말만 옳다고 믿는 태도는 다르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을 믿는 동시에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내 말이 옳을 수 있다는 믿음과, 타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함께 품는 것이다.
자기 확신이 지나친 사람들은 마치 세상의 중심이 자기인 것처럼 말한다. 다양한 해석이나 맥락은 무시하고, 자신이 보는 방향만이 진실인 양 확정된다. 다른 시선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흔들릴까 봐 단단히 문을 닫아버린다. 그 안에는 어쩌면 ‘틀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나란 사람이 작아지는 것만 같아서 더 세게, 더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자주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매번 완벽한 판단을 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일들도 많다. 어떤 말은 당시엔 분명하다고 느꼈지만 나중에서야 자신의 생각이 편협했음을 느끼기도 한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그릇을 전보다 넓히기도 한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사람 곁에선 좀처럼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말만 오고 갈 뿐, 더 나은 합의점을 찾긴 힘들다. 반대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한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한 태도는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더 깊은 힘에서 비롯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에도 집중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다.
자존감이란 모든 걸 다 안다는 확신에서 오지 않는다. 몰라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에서 자라난다. 다른 말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타인을 내 방식대로 설득하거나 꺾으려 들지 않는 것. 그럴 때 대화는 싸움이 아닌 교류가 되고, 말은 벽이 아닌 다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한편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채, 남 탓만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자존감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